나만의 아무튼 시리즈 만들기 - 아무튼 디저트
TV를 켜면 투니버스 채널을 홀린 듯이 찾아가던 그 시절. 나는 디저트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었다. Z세대라면 모두 알만한 꿈빛 파티시엘부터, 따끈따끈 베이커리, 그리고 마법 소녀물인 꼬마 마법사 레미 - 시리즈 중 마법 빵집을 운영하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 포르테를 많이도 돌려봤다.
꿈빛 파티시엘 1화에서 나온 마들렌, 주인공인 딸기가 한 겹 한 겹 구워냈던 바움쿠헨, 할머니의 딸기타르트. 따끈따끈 베이커리 주인공 태양이의 태빵. 숟가락으로 때리면 까맣게 탄 겉 겹이 사라지면서 초승달이 뜨는 크루아상, 유당불내증이 있는 소녀를 위한 양젖 버터로 만든 빵. 꼬마 마법사 레미 포르테 속, 한 마녀의 추억이 담긴 스콘. 어려서부터 간접 경험을 통해 디저트에 대한 무수한 지식과 로망을 쌓아왔다. 이렇게 디저트에 박식해진 내가 처음으로 갈구했던 디저트는 이마트 지하 식품 코너에 위치한 빵집에서 팔던 마카롱이다.
가족끼리 이마트에 가는 날, 나의 신경은 온통 엄마의 기분에 쏠렸다. 엄마가 마카롱을 사줄 기분인지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1200원짜리, 500원보다 살짝 큰 크기의 프랑스식 마카롱. - 마카롱은 애초에 프랑스 디저트지만, K화 된 뚱카롱이 아닌 겨우 꼬끄랑 비슷한 두께의 크림이 발라져 있는 프랑스식 마카롱 - 엄마는 가끔 마카롱을 사주었다.
어린 나이에도 나는 마카롱을 5개는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게 주어지는 마카롱은 2개를 넘지 못했다. 슬프지만 나에게 주어진 마카롱을 항상 최선을 다해 음미했다. 꼬끄의 최전선이 바삭하고 갈라지면, 그 안에 채워져 있던 살들은 파스스 녹아버렸다. 얇은 크림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꼬끄들은 입 안에서 섞이면서 쫀쫀해졌다. 쫀득해진 마카롱을 한 입 두 입 씹다 보면 어느새 2개는 사라져있었다.
마카롱을 먹으면서 깨달은 것은,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디저트에 대한 관심과 로망에 걸맞은 식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달콤함이란 감각은 너무나 잘 맞았고, 그 강도가 어떻든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리 단 디저트를 많이 먹어도 별로 물리지 않는 ‘디저트 최적화 입맛’을 타고난 것이다. 이 덕분에 20대 중반인 지금, 더 이상 디저트 애니메이션의 헤비 시청자가 아닌 내게 디저트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디저트와 만나온 시간들 - 일상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특별하기도 한 - 그 시간을 되짚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