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무튼 시리즈 만들기 - 아무튼 디저트
디저트는 결국 일상에 새겨진다. 나에겐 일종의 루틴으로 새겨졌다. 나의 루틴은 디저트 1일 3식 루틴이었다. 하나의 디저트에 빠지면 그 디저트를 꼭 하루에 3회는 먹고야 마는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틈만 나면 좋아하는 디저트와 함께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나의 첫 루틴은 아이스크림으로 시작됐다.
어느 여름, 그날의 싱그러움을 담은 녹차마루에 빠져버렸다. 3분 이내에 다 먹어버릴 수 있는 부드러움, 싱둥한 씁쓸함으로 깔끔한 끝맛, 냉기로 가득 차서 상쾌함을 주는 점까지. 그 여름에 피하기는 힘든 강력함이었다.
2015년, 중학생이었던 나는 밥보다는 잠이 귀했다. 일어나 고양이 세수에 양치만 하고 교복을 입었다. 원래는 바로 문을 나섰는데 이 사이 아주 잠깐의 시간, 냉동실 앞으로 발을 옮겨 녹차마루를 꺼내며 문을 나섰다. 아침밥을 대신하게 된 녹차마루는 - 지금의 인식으론 오전 공복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니 엄청난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했을 것 같지만 -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3분의 발걸음에 생기를 더해주었다.
녹차마루의 시세는 판매 채널마다 좀 달랐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동네 마트가 30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학교 매점에서는 500원이었다. 중학생에게 200원이라는 가격 차이는 아무리 학교에서 녹차마루가 먹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는 방어 기제가 되어주었다. 하교하고 학원에 가는 매우 일반적인 중학생이었던 나는 하굣길에 마트에 꼭 들려 녹차마루 2-3개를 샀다.
엄마는 아침마다 등하교 버스비인 현금 2천원을 챙겨줬다. 교통카드를 잘 잃어버리는 나에게 거시적으로 볼 때는 이쪽이 더 저렴했다. 등교할 때는 무조건 버스를 탔기에 천 원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교는 든든한 두 다리가 있었고 아침밥보다 잠을 선택하는 나였지만, 버스보단 디저트였다. 하교하는 버스비를 아껴 녹차마루를 샀고 40분을 걸어서 하교했다. 아쉬운 점은 그중 녹차마루와 함께하는 시간은 고작 5분에서 6분이었다는 것이다.
총 3-4개의 아이스크림을 먹었으니 하루치를 채운 것 같지만 나의 루틴은 3식을 기본으로 했다. 학원이 끝나고 귀가하면 10시 반. 학교를 뒤이은 꼬박 3시간 정도의 학업으로 당이 떨어져 있는 학생은 아이스크림을 갈구했다. 집에 오자마자 냉동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역시 모두가 예상가능한 일을 이어갔다. 혹 예측 불가능하게 하나를 먹고 부족함을 느껴 하나를 더 꺼내먹기도 했지만.
이런 루틴은 녹차마루로 시작해 가을이 시작될 땐 시장에서 3개에 천 원인 아몬드 가루가 듬뿍 들어간 동물 쿠키, 겨울이 시작될 땐 이한 치한 요맘떼콘, 봄이 왔을 때는 양파가 듬뿍 올라간 동네 빵집의 소세지빵으로 바뀌며 계보를 이었다. 한해 두 해가 지나며, 소화력이 이전 같지 않아졌고 그에 따라 루틴이 1일 1식, 1주 1식 등으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디저트는 내 일상에 새겨져 변함없이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