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무튼 시리즈 만들기 - 아무튼 디저트
색에 삼원색이 있듯, 단맛은 세 가지의 기본 맛이 있다. 초코, 바닐라, 딸기. 새콤한 베이스인 딸기 맛과는 거리가 멀다. 나의 선택지는 바닐라와 초코가 주를 이뤘다.
우리 집은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집안이었다. 엄마가 복숭아와 사과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일까? 맞벌이이다 보니 과일을 깎아줄 어른이 집에 항시 있지 않아서였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과일은 나와 거리감이 있는 음식이었고, 상큼한 맛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케이크를 먹을 때도, 마카롱을 먹을 때도 과일 맛은 나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사랑에 빠진 딸기보다는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바닐라를 - 누가 이 돈 주고 바닐라를 먹냐고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 먹었고, 빅토리아 케이크보다는 마틸다 케이크를 먹었고, 딸기 맛 마카롱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처럼 어렸을 적부터 단맛은 바닐라와 초코를 예찬하는 사람인데, 그중 최고는 바닐라였다. 바닐라는 초코와 과일 맛을 제외한 모든 디저트의 기본적인 단맛이다. 물론 초코와 과일 맛을 제외하는 건 상당 부분을 제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캐러멜, 헤이즐넛, 치즈, 피스타치오, 우유, 말차 등 다양한 디저트는 부드러운 바닐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오래된 생각은 아니고, 최근 느낀 것이긴 하지만. 바닐라 타르트를 접한 후, 바닐라가 진정 기본이고 많은 단맛을 아우른다는 것을 느꼈다.
바닐라 타르트는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알려준, 말하자면 SNS의 긍정적 산물과 같은 것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관심사를 관통하는 계정들이 있다. 그중 맛집과 디저트 계정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닐라 타르트를 깊이 애정하는 한 계정을 봤다. 바닐라 타르트에 대한 궁금증은 매일 피어났다. 바닐라 타르트. 당연히 기본 맛 중에서도 최고봉인 바닐라 베이스니까 당연히 맛있겠지. 근데 바닐라는 근본이 되는 맛이니까 특별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바닐라 타르트의 기품 있는 자태에 홀린 듯이 꼭 먹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디저트 계정이 올린 바닐라 타르트 집을 따라 방문했다.
인스타그램이 안내 해준 바닐라 타르트는 사진으로 봤던 것처럼 고귀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작디작은 사이즈로 보호해 줘야만 할 것 같은 연약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입 먹어보면 이름은 ‘바닐라 타르트’지만 바닐라빈의 맛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헤이즐넛 같은 견과류의 고소함이 함께했고 캐러멜의 녹진한 달콤함이 치고 들어왔다. 근데 이 맛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닌 바닐라라는 베이스에서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작디작아서 보호해 줘야 할 것 같다던 바닐라 타르트를 사 등분 해서 다 먹은 후에는 바닐라의 진리를 느꼈다.
바닐라는 근간 중에서도 근간이다. 바닐라 없이 디저트를 논하지 말라.
어려서부터 본능적으로 바닐라에 끌렸던 나의 입맛은 꽤 근본 있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