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딸_1

참 안쓰럽지만 너무 열받게 하는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

by 띵커바우츄

나는 나쁜 딸이다. 엄마에게 돈 필요할 때만 이야기하고 반찬은 받아가고 연락하지도 않는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나쁜 딸이다.


어제도 또 엄마를 만났고 너무 열받았다. 하지만 찾았다. 그동안 엄마와 내가 왜 싸웠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 40년이 넘도록 엄마와 아빠가 아직까지도 왜 싸우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았다. 엄마의 말로 아빠와 똑 닮은 나는 드디어 40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오늘부터는 엄마가 나를 열받게 하는 에피소드를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안쓰럽지만 너무 열받게 하는 우리 엄마에 대한 기록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엄마 사랑해, 근데 제발 그만 좀 해.


#에피소드 1 _ 참 다르다.


매주 화요일 점심에 엄마와 만나기로 했다. 며칠 전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뭐 하는데 코빼기도 얼굴을 안 비치냐."

또 시작이다. 그냥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을 항상 이렇게 베베 꼬아서 시비 걸듯이 말한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형 인간이다. 남편과 아들이 출근과 등교를 하고 난 뒤, 혼자 집에 있는 고요한 시간은 나에게 행복의 시간이며 평안의 시간이다. 우리 엄마는 외향형 인간이다. 친한 사람들을 만나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아무튼 저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냥 매주 화요일 점심에 만나자고 했다. 전화통화를 하다가 내일 보는 거냐고 물어보면 상황 봐서 하자고 한 적이 많다. 나는 그런 막연함이 싫다. 딱 정해서 만나면 만나는 거지 모호한 약속은 답답함을 준다. 그러다가 안 만나게 되면 엄마한테 관심이 없다는 둥 이상한 소리로 내 속을 긁어놔서 그냥 화요일마다 만나자고 했다.


집 근처 백화점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백화점 안에 있는 빵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도착해서 둘러보아도 엄마가 안 보여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우리 엄마는 빵집 주변 근처에서 전화를 받았다. 만나자마자 또 열받게 한다.

"늦는 애들은 꼭 늦지."

12시 6분이었다. 내가 자주 늦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몇 분 늦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본인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없었으면서!

"만나자마자 기분 잡치게 하네. 왜 또 시비야.(우리 아빠가 엄마에게 열받았을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나의 이런 말을 잘 못 들었는지, 기분이 좋았었던 건지 엄마는 별말 안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지하 1층 백화점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참을 못마땅한 얼굴로 둘러보더니 백화점 식당은 값만 비싸고 먹을 게 없다고 한다. 엄마가 분명 백화점에서 보자고 했다. 이럴 것을 알고 나는 되물어봤었다. 백화점에서 진짜 보는 거 맞냐고. 포기상태다. 일단 자리를 잡고 나는 수제버거를 주문했고 엄마는 내 수제버거를 나눠먹기로 했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나도 좋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유명한 셰프의 햄버거라 그런지 엄마도 잘 먹었고 나도 참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려고 백화점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며 엄마가 백화점무료커피쿠폰이 기억에 났던지 그걸 먹자고 했다. 나도 좋았다. 커피를 들고 우리 집 근처로 걸어가면 우리 아들이 학교 마치는 시간이라 얼굴도 볼 겸 그렇게 하자고 했다.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나는 친한 언니가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해서 백화점 지하 1층에 있었던 유명한 롤케이크를 사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4층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엄마에게 지하 1층에 내려가서 친한 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해서 롤케이크를 사서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또 짜증이 났다.

"그랬으면 아까 지하 1층에서 밥 먹었을 때 롤케이크를 샀어야지. 왜 뺑뺑돌아 또."


내가 그걸 몰랐을까 봐!! 미리 사두면 롤케이크 생크림이 녹으니 나는 백화점을 나서기 바로 전에 롤케이크를 사고 싶었다. 그리고 카페 안에서 커피를 먹을 줄 알았지, 갑자기 테이크아웃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바가 참 다르다는 것을. 삶의 가치관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평생 싸울 수밖에 없구나 깨달았다. 아, 이래서 아빠랑도 아직도 싸우고 있구나...... 40살의 딸이 되어서야 이제야 알았다.


우리 엄마는 가성비와 효율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차로 이동을 할 때도 조금이라도 돌아가면 엄청 화를 낸다. 나는 상관없다. 조금 헤매도 괜찮다. 안전하게 가면 되고 창밖을 구경하면 좋고 새로운 길을 알게 될 것이고 어찌 됐든 길은 통하지 않는가. 나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시간과 돈이 좀 들어도 아름다운 풍경,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는 의미 있다. 우리 엄마는 좀 더 싸게 그리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점심을 먹는 지하 1층에 가더라도 나는 커피를 다 먹고 나서야 롤케이크를 샀을 것이다. 가장 맛있는 상태의 롤케이크를 먹고 싶으니까. 엄마는 지하 1층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롤케이크를 샀겠지. 동선의 효율이 중요하니까.


이래서 우리는 싸웠던 것이고 싸우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이게 그렇게 짜증 낼 일인가? 난 적어도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짜증은 안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