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끈

by 흰돌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날씨는 우중충했고 비가 오다 안 오다 했다.

춥고 건조한 아침 공기 때문인지 목이 따끔거렸고

코도 막히고 간간히 기침도 났다.


복직한 지 3주 남짓.


몸이 다시 상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 왕복의 출퇴근길과 2학년 아이들과의 고군분투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목이 가기 시작했고 감기와 몸살 기운은 약을 먹어도 일주일째 그대로다.


비를 머금은 하늘 마냥,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학교에 다다른다. 잠을 깨기 위해 마신 커피로 늘 속은 더부룩하지만 교실로 곧장 향한다.


또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 활동부터 부모님들의 연락, 서류 수합 등

아침부터 전쟁의 시작이다.

날이 우중충하면 나의 기분도 저기압이 되기 쉽고 아이들도 그런 날엔 더 말을 안 듣는다.


작은 다툼들과 기분이 안 좋은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나도 지치기 일쑤다.


그러다 국악 시간에 다툼들이 일어났고 나도 한계에 다다른다.


전쟁과 같은 하루를 치르고 다시 병원을 갈까 할 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돌봄 교실이다.


아이가 떼를 쓰고 있단다. 오자 마자 책을 보려고 했는데 돌봄 프로그램 수업을 가야 한다 했더니 집으로 가겠다고 한단다.


지금 신발을 신으러 갔다 하시며 이제 울기 시작한다고.


다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엄마 전화도 거부하고 막무가내다.


하지만 육아 시간을 낸 시간까지 몇 십 분이 남은 상황에다 아이 학교까진 50분이 걸린다.


선생님은 교실을 비울 수 없다 하시며 어떻게 해보라고 하시지만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최대한 빨리 가겠다 했지만 빨리 갈 수 없는 상황.


남편에게 연락해 보지만 남편도 일찍 나갈 수 없다 한다. 누구에게 부탁을 해야 하나.


그때 떠오른 상담 선생님.

선생님께선 다른 수업이 있으셔서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려 놓으시겠다 하신다.


그나마 작은 안전장치를 얻은 듯한 느낌도 잠시,

나는 급히 차를 몰아 학교로 향한다.

그때,

아이 학교서 다시 온 전화.


교무실이란다. 아이가 떼를 써 근처 교무실에 계시던 교감 선생님이며 여러 선생님들이 아이를 교무실로 데려왔다고.


아이는 조금 진정이 되었고 지금 교무실에 있으니 여기로 아이를 데리러 오라 하신다.


나는 또 대역죄인이 되어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장마에 둑이 터지듯 눈물이 또 터진다.


차 밖에서도 비가 내리고 내 눈에도 눈물이 내린다.


아침부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아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연결된 것일까.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이상하게도 아이의 컨디션도 좋지 않은 날이 많았다.


내가 직장에서 가라앉아 있거나 감정이 요동칠 때, 아이가 있는 기관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오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었다.


그런데 역시나,

오늘도 그랬던 것이다.


아이의 얼굴과 말투, 분위기는 집안의 공기와 닮아있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의 모든 것을 아이는 닮아가고 서서히 물들어 간다.


나는 어떤 부모였나,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 웃음소리에서 그 너머의 부모를 본다.


나의 아이에게서 우리의 어떤 모습이 보일까.

무섭고도 아픈 사실이다.


늘 해맑고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나부터 그런 부모,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

쉽지 않겠지만.


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