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다시 덮어쓰기 위한 용기
왜 공인중개사의 길을 선택했는가 —
내 삶을 다시 덮어쓰기 위한 용기
도금장비 설계 엔지니어로 20년.
나는 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연차도 쌓였고, 월급도 적지 않았다.
큰 무리 없이, 흘러가는대로 살아도 되는 인생 같았다.
그러나 ‘안정’이라는 말은 묘하게 숨을 막았다.
연 9개월 이상 지방과 해외 출장을 다니는 삶은
어느 순간 내 일상이 아니라 나를 소모시키는 패턴으로 변해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손가락으로 셀 만큼 적었고
하루가 지나면 또 다음 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도 마음은 늘 어딘가 떠 있는 느낌.
회사에서 인정받아도, 성과를 내도
이 삶이 과연 내가 원했던 삶이 맞는지 자문하면
선명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강에 이상이 왔던 순간은
어쩌면 삶이 건넨 첫 번째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3개월 가까이 쉬어야 했고
처음으로 *‘나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공단의 회색빛 안에서 늙어갈까,
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대학 시절 IMF 여파 속에서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는 말만 믿고
기계과로 진학했던 나.
그 선택은 나의 적성보다 시대의 공기, 가족의 염려가 더 짙게 섞여 있었다.
그땐 몰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니
그때 못했던 질문이 비로소 나를 향해 다시 던져졌다.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볼 차례가 아닐까.’
휴직 기간 동안
평생 해본 적 없는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직업,
그리고 내가 늙어가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는 일.
그러다 공인중개사라는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을 갖고 내 이름으로 사업을 한다.’
그 한 문장이 마음을 세게 흔들었다.
내가 주도하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삶.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의 첫 도전.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한 건
단순히 자격증 하나를 따려는 게 아니었다.
견고해 보였던 나의 20년 경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출구를 연 것이었다.
그 뒤엔 두려움보다 더 큰 갈망이 있었다.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걷고자 한다.
내 이름으로 사무소를 열고, 내 기준으로 고객을 만나고,
회색빛 공단의 안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색으로 삶을 칠하며 살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