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로 남거나, 대체가능을 만들어라

by 이부장

월요일 아침, 눌린 공기가 가득한 PM 그룹 사무실.

주말이 끝났다는 사실에 모두가 느릿해질 때, 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고객사 A에서 응답 느리다는데요!”


박과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사원이 벌떡 일어나 회의실로 따라붙었다.

유리문 너머, 초조하게 메모를 적는 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듣기만 해. 끼어들지 말고.”

이부장의 눈짓을 받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회의는 무난히 끝났지만, 며칠 뒤 또 비슷한 이슈가 터졌다.

팀 공기는 지난번보다 더 팽팽했다.


그런데 그때, 팀 채팅에 나사원이 올린 메시지가 분위기를 흔들었다.


“A사는 점심 전엔 통화가 짧고, 오후엔 길어집니다. 담당자 성향도 시간대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정리해서 공유드립니다.”


모두가 “오?” 하는 사이, 나사원은 덧붙였다.


“근데… 저 신규 기능 TF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사무실 공기가 잠시 멈췄다.

신입이 꺼내기엔 너무 이른, 너무 솔직한 욕심이었다.


그날 오후, 그는 결국 김상무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

“TF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짧은 답이 돌아왔다.

“좋은데… 네가 빠지면 A사 대응은 누가 하지?”


회의실을 나오는 그의 표정은 싱거웠다.

‘내가 없어도 되는 구조를 만들까?

아니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구조를 만들까…?’


퇴근 무렵, 그는 이부장에게 조용히 물었다.

“부장님, 어떻게 해야 하죠?”


이부장은 종이컵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둘 중 하나야.

오래 있고 싶으면 대체불가능해져.

떠나고 싶으면 대체자를 만들어.”


“둘 다는…?”


“둘 다 하되, 순서가 있어.”


그날 이후, 나사원은 달라졌다.


고객사 A의 문의 패턴을 한 장에 정리하고,

통화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붙였다.

회의에서는 정확한 타이밍에 짧고 명확하게 말했다.


“지난주 우려는 선제 조치했습니다.”

“로그 요약 먼저 말씀드릴게요.”

“오늘부터는 점심 전에 결과 먼저 공유드리겠습니다.”


며칠 뒤, 고객사에서 메시지가 왔다.

“나사원 통화가 제일 편하네요.”


임대리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제 너 없으면 우리가 더 불편하겠다.”


그때서야 그는 다시 말했다.

“부장님… 그래도 TF에 가고 싶습니다.”


이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제 대체자를 만들어.”


막내 최신입, 외부 지원요원까지 묶어

실전형 인수인계를 설계했다.


통화 동석 2회

주간 리포트 공동 작성 2회

단독 진행 리허설 1회

문장 템플릿, 패턴, 히스토리 전수


박과장·임대리·이부장이 모두 검토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동석 콜 뒤, 나사원은 최신입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보고는 최신입님 이름으로 올려요. 난 뒤에서만 볼게요.”


최신입은 떨리는 손으로 첫 보고를 했고,

A사의 답장은 명확했다.


“좋습니다. 다음 주도 같은 방식으로 부탁합니다.”


수요일 아침, 나사원은 두 개의 파일을 제출했다.

‘A사 대응패턴 1페이지’

‘인수인계 완료 보고서’


김상무는 미소를 지었다.

“자리를 지킬 땐 대체불가, 떠날 땐 대체가능. 잘했네. 다음 분기 TF, 들어가.”


퇴근길 복도에서 이부장이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기억해. 애매하면 아무도 못 움직여.

남으려면 존재 이유를 만들고,

떠나려면 빈자리를 없애.”


그날 이후 팀은 묘하게 정돈됐다.


누군가는 남기 위해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고,

누군가는 이동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대체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막 들어온 신입이 만든 작은 균열 하나가 있었다.


남음엔 ‘존재 이유’, 이동엔 ‘준비’.

그 문장이 우리 팀을 움직이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팀 내에 있을 때는 누구도 자신을 대체하기 힘들게 만들어라

하지만 다른 일을 맡고자 한다면,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준비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