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화살은 제품을 향한다, 당신을 향하진 않는다

by 이부장

첫 고객사 미팅

회의실 공기가 뜨거웠다.
고객 담당자가 문을 닫자마자 말했다.


“지난주 배포 이후 불편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나사원은 허리를 곧게 세웠다.
“죄송합니다. 다만 그 상황은 저희가 정해둔 범위 안에서—”


고객이 끊었다.
“범위고 뭐고, 안 돌아가면 말이 안 되는 거죠.”


옆에서 임대리는 메모를 치고,
박과장은 자료를 뒤적였다.


나사원의 표정이 굳어갔다.
사과, 설명, 변명이 뒤섞이며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었다.


그때 이부장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우선 고객님이 겪으신 불편을 목록으로 정리하겠습니다.”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로그인 지연

보고서 출력 실패

안내 문구 불명확

고객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요. 그 세 가지예요.”


복도에서

휴식 시간, 이부장이 종이컵 커피를 건넸다.
“숨 좀 고르자.”


나사원이 한숨을 쉬었다.
“부장님,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계속 제가 잘못한 것 같아서….”


이부장은 단호했다.
“아니야. 고객은 제품에 화내는 거야.
너랑 회사를 분리해. 그래야 냉정해지고, 그래야 제대로 돼.”


“근데 자꾸 제가 만든 것 같아서….”
“우리 모두의 결과물이야. 네가 미안할 이유는 없어.
지금 필요한 건 세 가지. 사실 확인, 대응, 약속.”


두 번째 세션

이번엔 순서를 바꿨다.


박과장: “지금 현상은 이렇습니다.”
임대리: “원인 가설 세 가지.”
이부장: “오늘 바로 할 일, 내일까지 보낼 조치 계획.”


그리고 나사원.
“현장에서 재현된 시간 두 개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조건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돌아왔다.


마무리

엘리베이터 앞.
이부장이 툭 던졌다.
“변명 안 하니까 대화가 빨라지네.”


임대리는 엄지척.
박과장은 “체크리스트 업데이트할게요.”


그리고 이부장은 나사원을 보며 말했다.
“오늘 제일 잘한 건, 너 자신을 지킨 거다.”


나사원은 웃었다.
“회사와 제가 다르다는 걸 계속 분리해보겠습니다.”
“그래. 그게 프로의 첫 걸음이야.”


일일보고

사무실로 돌아온 나사원.
보고서 제목에 적었다.

오늘의 배움: 칼은 칼집에, 나는 나에게.


그리고 이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부장님, 내일 오전 10시에 조치 계획 보내겠습니다.”
답장은 짧았다.
“좋아. 감정은 내려놓고, 약속은 지키자.”


고객의 불만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것이다.
회사와 나를 분리해 받아들이면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원칙은 단순하다.
사실 → 대응 →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