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원, 이번엔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봐.”
김상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회사 핵심 프로젝트의 실무 총괄을 신입에게 맡긴다는 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제가 해도 될까요?”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끝까지 해보는 게 제일 큰 공부야.”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_‘끝까지 해본다는 건 뭘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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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프로젝트 킥오프 회의.
기획 담당 서대리가 의욕적으로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개념으로 갑니다. 자동 업데이트, 클라우드, 사용자 맞춤 기능까지 다 넣어요!”
김상무가 물었다.
“그걸 일정 안에 다 넣을 수 있겠어?”
“예, 가능합니다. 고객이 놀랄 겁니다.”
하지만 개발팀의 표정은 미묘했다.
임대리가 나사원에게 속삭였다.
“서대리 저 말 믿으면 안 돼요. 지난번에도 절반밖에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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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 그 예감은 현실이 됐다.
기능은 복잡했고 일정은 늘어졌다.
이부장이 물었다.
“서대리, 이건 꼭 이번에 넣어야 하나?”
“당연하죠. 고객이 기대하고 있어요.”
“검증은 했어?”
“그건 개발팀이 해야죠.”
박과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기획 땐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더니, 개발 들어가면 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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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고객사 미팅.
서대리는 발표 전부터 들떠 있었다.
“이번에 확실히 잡아야 해요. 제가 다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열정적으로 약속을 쏟아냈다.
“일정 내에 가능합니다. 고객 맞춤형, 보안 강화 기능도 이번에 넣습니다.”
뒤에서 듣던 나사원은 숨을 삼켰다.
그 기능들은 아직 검토도 안 된 것들이었다.
회의가 끝나자 김상무가 물었다.
“서대리, 아까 약속한 기능들 다 확정된 거야?”
“예… 뭐, 고객이 원하니까요.”
“그럼 책임지고 일정 관리하겠지?”
“…예?”
그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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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개발팀은 혼돈 속에 빠졌다.
“이 기능 추가하면 일정이 일주일 밀립니다.”
“그래도 해야죠. 고객과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 누가 했는데요?”
“회사 차원에서 한 거죠.”
“아니요, 당신이 한 거잖아요.”
회의실의 공기는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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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 드디어 데모 버전이 나왔다.
하지만 고객사에서 전화가 왔다.
“로그인 후 멈춥니다. 데모가 안 돼요.”
확인 결과, 최과장이 테스트용으로 임시 넣은 코드가 문제였다.
“최과장님, 이 부분 수정 부탁드립니다.”
“그건 제 담당 아니야. API 쪽이지.”
“주석에 이름이 있는데요.”
“그건 테스트 도와준 거야.”
결국 나사원과 임대리가 남아 밤을 새웠다.
패치를 올리고 새 버전을 보냈다.
그때 이부장이 조용히 말했다.
“진짜 일은 여기서 시작이지.
문제 터졌을 때 남는 사람이 결국 일을 끝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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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고객사 시연.
화면에 “Connected successfully”가 떴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김상무가 말했다.
“수고했다. 이제 네가 진짜 끝까지 해봤네.”
퇴근길, 나사원은 혼자 생각했다.
_‘기획 때는 다들 말 잘하지만, 진짜는 문제가 터졌을 때 남는 사람이다.’_
그리고 일기장에 적었다.
_“끝까지 해보면, 사람과 일이 보인다.”_
일의 본질은 기술보다 사람이다.
끝까지 해본 사람만이, 책임이 무엇인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