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마음만큼 입이 빨라야 기회가 온다

by 이부장

월요일 아침 회의.
김상무가 물었다.


“이번 주 고객사 점검, 누가 맡아볼래?”


순간 공기가 멎었다.
구석에 있던 나사원이 눈빛만 반짝였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임대리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좋아, 임대리. 박과장은 백업.”
회의는 그대로 넘어갔다.
나사원은 노트에 작은 동그라미만 몇 개 더 그렸다.


복도에서 이부장이 불렀다.

“나사원”

“네, 부장님.”

“아까 그 일, 하고 싶었지?”

“…사실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바빠 보여서요. 굳이 말 안 해도 아시지 않을까 해서…”

이부장은 웃으며 탁자에 있던 초코파이를 내밀었다.

“말 안 해도 아는 건 이 초코파이 광고에서나 나오는 말이지. 회사에선 네가 원하는 걸 이유랑 같이, 여러 번 말해야 해.”

“여러 번… 이유랑 같이요?”

“그래. ‘관심 있습니다’ 한 번, ‘제가 왜 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그리고 ‘어떻게 하겠다’까지. 그럼 상사가 고개를 돌려.”


며칠 뒤, 또 다른 공지가 떴다.
“신규 고객 안내 자료, 현장 동행 1명 필요.”


나사원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먼저 이부장 자리로 와서 리허설을 했다.

“부장님, 이렇게 말해보려 합니다.
‘저 이 업무 관심 있습니다. 지난주에 고객 질문 모아 정리했고 초안도 만들었습니다. 박과장님과 1일 동행하며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겠습니다.’”

“좋다. 딱 그거다. 말로만 하지 말고 메신저에도 남겨.”


곧장 김상무 자리로.
문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상무님, 이 업무 제가 맡고 싶습니다. 고객 질문 정리했고 초안도 있습니다. 박과장님과 동행하며 체크리스트 기준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김상무가 의자를 돌렸다.
“준비까지 했네? 박과장, 같이 봐주지?”


“그럼요. 첫날 같이 가보죠.”
나사원의 어깨가 조금 올라갔다.


현장 첫날.
박과장이 조용히 말했다.

“첫인상은 말투에서 나온다. 짧게, 또렷하게. 메모는 바로바로.”

나사원은 고객의 말끝을 놓치지 않고 적었다.

“그 부분은 오늘 안에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끝나고 고객이 웃었다.
“처음이라더니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회사로 돌아오자 김상무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좋았어. 다음 주 리뷰도 네가 주도해봐.”


복도에서 나사원이 이부장에게 말했다.

“부장님, 오늘 알겠습니다. 말하니까 일이 오네요.”

“그래. 회사는 눈치 게임장이 아니야. 말하는 사람이 기회를 잡는 거지. 게다가 ‘왜 나인지, 어떻게 할지’까지 붙이면 신뢰가 생긴다.”


그날 저녁.
나사원은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바꿨다.

말하면 달라진다.

지나가던 이부장이 또 엄지를 들어 보였다.
“다음엔 더 크게. 필요하면 세 번.”


원하는 일이 있으면 조용히 기대하지 말고,
상사에게 관심과 이유, 실행 계획을 짧고 분명하게,
필요하면 여러 번 말하라.

초코파이 광고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회사에선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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