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그 시간에 다시 놓여진다면

놓은 것과 놓친 것의 차이

by 그럴 때도 있지
만약에 우리 그 시간에 다시 늏여진다면 @포도 뮤지엄

(영화 ‘만약에 우리’를 N차 관람했다. 나에겐 드문일이다. 아니,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은호 : 내가 너를 놓쳤네

정원 : 내가 너를 놓은거야

은호 : 서로가 서로를 놓친거야


놓은 것인데 놓쳤다 말하는 순간,

후회가 되고 아쉬움이 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순간

이제 더 이상의 도망도 떠남도 없을 것이다.


정원은 집이 되어주었던 은호를 ‘떠났고’

은호는 정원이 ‘도망갔다’고 표현했다.

때문에 은호는 정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정원은 떠남을 선택했기에 은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이미 놓쳐버린 버스처럼 정원이 버스 안에서 돌아갈 수 없어 우는 장면은 마음을 아리게 했다.

정원은 은호를 놓친 것이 아니라 놓아준 것이다.


사랑도 사람도 자연도 삶도 모두 변한다.

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이란

서로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것.


한때, 한때였다. 시절 연인.

지금도 지나가고 나면

‘한때’라는 시절로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나에게도 한때가 있었다.

그 한때가 내게는 최선이었음을 기억한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한때의 나와

몇몇의 당신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다시금 색을 입는다.


은호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련을 갖는 것을 보며

나와 비슷한 구석을 만나기도 했다.


나도 한때는 J가 ‘도망’간 것이라 믿었다.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비겁함이란 이름으로 그를 공격했다.

그에게는 가닿지도 않을 말들로.


14년이 흘러서야

그가 이제 내 꿈에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종종 들러주어 반가웠는데


아마도 나의 지금이

색을 입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일 테지.


흑백으로 처리된 현재가

엔딩 때가 되어서야 색을 입는다.

색을 입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과거에 묶여있던 은호와 정원이

한때 열렬히 서로를 사랑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한때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그 충만함으로.


서로의 집이 되어주었음을

감사히 여기며.


다 주고 싶었다던 은호의 말에

다 받았다는 정원의 대답은

그때의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었다는 이야기일테니

더이상의 미련도 후회도 남지 않기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던 영화 속 장면들.

은호와 정원이 그랬듯

타이밍이 어긋난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같은 장면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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