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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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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야 Aug 12. 2022

추리에 판타지를 더했더니, 뭐야 더 재밌잖아?

판타지[명사]: 터무니없는 가상 세계에서 일이 벌어지거나,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예상을 깨며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문학 작품


현재 드라마는 판타지 열풍이다. 귀신이 사람을 돕고, 인간이었던 내가 한순간에 저승사자가 되고, 내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내가 즐겨보는 만화 속 주인공이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MBC 역시 ‘W(더블유)’, ‘내일’,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반지의 여왕’ 등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판타지에 로맨스, 청춘, 멜로 등이 합쳐지면 유쾌하면서도 설렘을 주는 신선한 드라마가 되지만, 스릴러, 추리와 합쳐진다면 어디로 튈지 몰라 긴장감과 서늘함을 주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한여름 밤에 어울리는 판타지 미스터리 추리 장르의 드라마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1.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여기 과거로 돌아가는 기회가 온 10명의 인물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 ‘이신’은 이들에게 정신을 과거로 이동시켜 운명을 바꾸는 ’리셋’을 제안한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이 ‘리셋터’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1년 전으로 돌아간다. 강력계 형사인 ‘지형주’는 자신이 잡은 범죄자의 복수로 죽은 친한 동료인 ‘박선호’를 살리기 위해, 인기 웹툰작가 ‘신가현’은 과거 뺑소니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하나밖에 없는 연인과 친구에게 모진 말을 했던 것이 후회되어 리셋하였다. 리셋 후 눈을 떠보니 친한 형은 살아있고, 두 다리도 멀쩡하다. 이렇게 기존과는 다른 행복한 현실이 지속될 것 같았지만, 같이 리셋한 리셋터 중 한 명이 죽었다. 처음에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리셋터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죽어가고 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 과연 이 죽음들이 리셋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형주와 가현은 힘을 합쳐 이 리셋의 비밀과 죽음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에서 나온 판타지 요소는 과거로의 타임슬립이다. 사실 타임슬립은 드라마, 영화, 웹툰, 책 등 많은 콘텐츠에서 손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소재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흔한 소재지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주어 새로운 흥미로움을 더했다. 당연히 범인일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 아니고, 등장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촘촘한 관계로 엮어져 있다. 

또한 ‘운명’이라는 소재도 함께 사용함으로써 타임슬립과 운명의 관계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타임슬립을 하면 운명도 바뀔까?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계속 리셋을 해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 운명과 타임슬립은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소재여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리셋할 사람이 여러분 주위에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내일 운명은 오늘의 나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제 의식도 함께 남겨준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타임슬립이라는 진부함을 없애주는 흥미로운 연출, 휘몰아치는 전개와 탄탄한 복선, 주인공들의 서사와 연기력으로 “MBC가 이런 장르도 만들 수 있었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증명한 작품이다. 


2. 아이템

‘평범한 사람’이 지니고 있던 ‘평범한 물건’이 평범하지 않다면?


인간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팔찌’, 미래를 보여주는 ‘폴라로이드 사진기’, 앨범을 펼치고 이름을 외치며 영혼이 앨범으로 빨려 들어가 현실세계의 인물을 식물인간이 되게 만드는 ‘앨범’, 레이저를 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레이저 포인터’ 등 이 세계에는 수많은 초능력의 힘을 지닌 ‘아이템’이 존재한다. 그룹 회장 ‘조세황’은 자신의 부로 아이템을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인물들을 끊임없이 살해하며 세상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든다. 과거 자신을 기소한 검사 ‘강곤’을 향한 조세황의 잔혹한 장난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조세황의 장난에 강곤은 하나뿐인 자신의 조카를 지키기 위해,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프로파일러 ‘신소영’은 아이템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사고들을 해결하고 조세황을 체포하기 위해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아이템을 둘러싼 비밀,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 연결된 진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선천적으로 초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라 특정한 아이템에 초능력이 담겨있다. 따라서 아이템을 가진 사람은 나이, 성별, 인종 등에 상관없이 그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초능력을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사용함으로써 악인을 잡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잡는 과정에서 누가 어떠한 아이템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회차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서 이 아이템은 어떤 능력을 갖출지 시청자들의 기대를 자극했다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특정한 물건이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선과 악 모두가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시공간을 초월해가며 대결한다는 독특한 소재, 이 특별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한 섬세한 CG 연출이 합쳐져 판타지라는 요소를 아주 잘 녹여낸 긴장감 넘쳤던 드라마였다.


3.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죽음 직전을 미리 볼 수 있다면, 과연 그 결과는 바뀔 수 있을까?


‘김태평’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타인의 눈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죽음 직전의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죽는 순간까지도. 하지만 이런 태평의 눈에 죽음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강력1팀 형사 ‘서준영’이다. 태평은 자신처럼 죽는 순간을 보았던 과거의 예언가 ‘백선생’에게 그 이유를 듣는다. 그 사람이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죽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태평은 준영을 피하지만, 준영은 태평에게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같이 범인을 추적해보자고 제안한다. 태평이 계속 고민을 하던 어느 날, 태평과 준영은 과거 여고생, 여대생을 정확히 0시가 되면 살해하는 ‘0시의 살인마’ 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준영이 태평에게 피해자의 사진을 보여주면 태평이 그 사진 속 피해자에게 보이는 마지막 순간을 보고, 그 장소를 함께 추적하며 태평과 준영은 힘을 합쳐 0시의 살인마에 대한 흔적을 하나씩 찾아간다.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본다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죽음 직전을 본다고 해도 그 죽음을 바꿀 수 있을까? ‘더 게임: 0시를 향하여’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미래를 보는 특별한 능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를 죽음 직전으로 한정함으로써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를 잡는 추리 드라마에 더 긴장감을 주었다. 또한,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는 다른 살인사건과 달리 살인마가 타인을 살해하는 시간을 정확히 0시로 한정 지음으로써 0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살인마와 0시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주인공 사이, 시간제한이 만들어 주는 긴박함을 이용하여 추리 드라마의 짜릿함을 극대화해주었다.


‘더 게임: 0시를 향하여’는 단순히 특별한 능력으로 범인을 잡는 데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 ‘0시의 살인마’가 된 이유, 그 이유를 둘러싼 사회 비판도 함께 곁들이면서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게 했다.  


1년 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초능력을 가진 물건,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는 능력은 흔하게 볼수 있는 추리 장르에 더 많은 재미와 흥미로움을 줄뿐더러 긴장감과 반전까지 더해주었다. 잘못 이용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때로는 소름 돋는 반전을 위해, 때로는 이전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신박한 소재로,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을 주는 데 사용하며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여주었다. 위에서 소개한 세 드라마 모두 이미 종영한 드라마이니, 무더위가 찾아오는 한여름에 정주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정주행하면서 판타지라는 매력에 빠져보고, 위 드라마 이외에도 방영되었고, 앞으로 방영될 MBC 판타지 드라마에도 시선을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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