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부당해고는 3개월 이내에 신청하시는 거에요. 네. 청구취지는 원직복직이나 금전보상명령 둘 중의 하난데 중간에 바꿀수도 있구요. 네. 그렇죠. 어차피 복직하실 생각은 없으시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아....?" 하고 신음했다. 목소리는 젊은데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인지 '쓰읍 후, 쓰읍 후' 거리는 소리가 제법 거슬린다.
몇 초간 침묵하더니 그녀는 "제가 조금 더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시 전화해 봤지만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소리는 전원을 껐다는 이야기겠지?
애초에 상담료를 받지 않은 것도 내 불찰이고, 수임으로 연결 못한 내 실력도 문제지만, 이렇게 간만 실컷 보고 떠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단순히 분노를 넘어 상실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정보 캐내는데 있어서 굉장한 프로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어떻게 해야 노무사를 유혹해 공짜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안다.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상담전화에서도 그녀는 "제가 해고를 당해서 원장님(아마도 병원인 듯 했다)한테 복수하고 싶은데 저를 대신해서 부당해고를 싸워줄 수 있나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라는 말로 시작했다.
이런 문의에다 대고 "죄송하지만, 무료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30분에 5만원입니다"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
사건 수임이라는 시그널이 강하게 잡혔고, 어줍잖게 상담료를 언급하면서 거위의 간을 가르는 쪼다가 되기는 싫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사로잡아 사건화하기 위해 해결방향과 전략, 급기야 영업 레시피까지 다 털어놨지만 그녀는 담담히 30분짜리 해고대응 컨설팅을 받곤 담배연기만 남긴채 유유히 날아가 버린 것이다.
10분 쯤 지나 한번 더 전화를 걸어봤지만 여전히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소리에 짜증이 난 나머지 그녀의 번호를 꾹 눌러 차단해 버렸다. 소심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유일한) 복수다!
"으쌰"하며 괜히 큰소리 내고 일어나 혼자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쓴맛이 나는 이유는 설탕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