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에세이 02. 마음은 그게 아닌데

by 지노무사

"식사하러 가시죠?"



12시가 되면 문 노무사, 김 대리와 함께 단골집인 "ㅇㅇ밥집"으로 향한다. 가깝고 맛도 좋고 푸짐해서 늘 찾는 곳이다.



"뭐 드실래요?"

"김치찌개 먹죠"

"사장님, 김치찌개 3개 주세요"



식당에는 50대 후반쯤 된 딸과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엄마가 함께 일한다. 딸은 요리와 설거지를 맡고, 엄마는 서빙과 뒷정리를 담당한다.



주방이 훤히 보이는 구조라 두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하얀색 모자와 앞치마를 두른 두 사람은 둥글둥글한 인상과 선한 눈매까지 꼭 닮았다. 누가 봐도 모녀지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딸이 엄마를 자꾸 타박한다.



"아유, 이것 좀 치우지!" "엄마, 나중에 치우고 밥 좀 미리 채워놔요!" "아, 좀 비켜요!"




엄마는 익숙한 듯 묵묵히 움직인다. 대꾸도 없이 밥을 푸고, 행주로 테이블을 쓱쓱 훔친다. 하지만 딸은 여전히 못 미더운지 곁눈질하며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난다.



사실 나도 엄마한테 불친절한 아들이다.



"아유, 그것도 몰라? 검색 좀 해봐."

"뭘 다 커서 징그럽게 안아달래."

"귀찮아, 나중에 해줄게"




사랑하지만 기대가 크고, 가까운 사람이라 그런지 더 쉽게 퉁명스러워진다. 사실은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챙기고 싶은데 행동은 그렇지 못해 마음 한 구석에 늘 미안함이 남아 있다.



그런 내 마음이 투영되어서인지 딸보다 엄마에게 더 마음이 간다. 엄마의 손길이 조금 느린 건 어쩌면 오래도록 이곳을 지켜온 이유일 텐데, 그런 모습이 왠지 짠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면 딸은 언제나 같은 말을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늘 듣던 단순한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저 말은 우리에게 건네는 동시에 엄마에게도 전하고 싶은 속마음이 아닐까. 마치 "엄마 미안해, 엄마 좋은 하루 보내" 처럼



어떨 땐 가슴이 사무치는 사람. 엄마.



미닫이 문을 반쯤 열어논 채로 몸을 돌려 사장님을 쳐다보니 어느새 다시 분주한 모습으로 주방 치우기에 몰두해 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단축번호를 꾹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엄마, 좋은 하루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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