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어려워, 아~~~ 힘들다, 하기 싫다~~~~"
다른 노무사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면 작성이 너무나 힘들다.
완벽주의 쬐금, 그리고 대부분의 미루기 성향 때문에 애초에 시작하는 것부터가 정말 어렵다. 늘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손이 멈춘다. 가장 중요한 일인데 제일 하기 싫은 이 당연한 아이러니..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까? 이 판례가 적절할까? 목차는 어떻게 짤까? 어떤 순서로 정리할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다 보면 어느새 커피는 차갑게 식었고, 그러다보면 "아 몰라~~ 다음에 하자~~"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 더는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서면 작성을 시작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깜빡이는 커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억지로 손을 움직여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 두문장이나 썼을까.. 백스페이스를 다다다다 누르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쓰면 되려나?' 하고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정말 어색하다. 주장 하나를 고치면 전체 문맥이 흔들리고 다시 처음부터 구조를 짜야 할 때도 있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만나면 정리하는 것부터가 태산이다.
그렇게 몰입하면 또 신기하게 글이 써진다. 뒤질세라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인다. 앉은 자리에서 꼼짝 않고 손을 놀리다 보면 몇 시간 뒤 마침내 하나의 서면이 완성된다.
지독하게 하기 싫지만 매번 결국 해내고 마는 고통의 순간이다.
사실 서면 작성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많은 순간들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학생 시절에는 시험 공부를 앞두고 왜 그렇게 청소가 재밌었는지. 아침 운동을 나가는 것도 몇 번이나 일어났다 잤다가를 반복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그래서 위대한가 보다.
고생 끝에 서면을 의뢰인께 보내면 좋아하시는 모습에 그 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고 "다음엔 절대로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해야지!" 라고 굳게 다짐하지만,
하지만 나는 안다.
다음번에도 아마 커피가 차갑게 식고 나서야, 커서가 무한히 깜빡인 다음에서야, 마지막의 마지막에 더는 미룰 수 없을 때까지 가서야, 그제야 비로소 키보드를 두드릴거란걸.
뭐 어쩌겠어. 이게 나의 성향인걸.
미루기는 나만의 성공 리듬이다. 비효율적이고 때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 리듬 속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씩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