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모오오옹~"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내가 상담을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크몽"에 새로운 요청이 접수됐다는 알림이다.
"제가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라는 문의메세지 옆에는 40,000원이 결제되었다는 배너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아... 피곤한데 오늘은 그만할까..?' 잠깐 망설였지만 '얼른 끝내고 리뷰 하나 더 적립하자' 라는 마음으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타다닥 타이핑이 끝나자마자, 고객은 깊은 우울 속에서 새카맣게 타고 있던 억울함과 울분을 나에게 쏟아내기 시작냈다.
MBTI가 T라 감정에 휩쓸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또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같은 우울감에 전염된다. 노무사라는 직업은 많지 않은 돈으로 많은 슬픔을 사모으는 직업인가 싶다.
권고사직을 이겨낼 수 있는 현실적 방안, 그리고 용기가 될만한 위로를 섞어 상담을 도와드렸더니 어느새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피곤함을 감추며 내가 말했다. "이제 상담을 종료해야 할 것 같아요"
고객은 잠시 침묵하더니 곧 한 줄의 메세지를 올렸다.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단 거네요.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시간 낭비했네요"
그리고 그 고객은 나에게 5점 만점에 1점짜리 별점을 줬다.
그 평가를 보는 순간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고, 저릿하게 몸이 굳었다. 1점....? 200건 넘게 상담을 해왔지만 1점은 처음이었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쪽팔림인지 감정을 잘 모르겠었다. 비틀비틀 냉장고 문을 열어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셨더니 떨림이 겨우 진정됐다. 야밤에 1시간을 진심으로 상담한 대가가 별점 1점이라니 너무 가혹한거 아니야
그날 이후로 "크몽"이라는 알람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존재가 됐다. 혹시 또 낮은 별점이 달리는건 아닐까 긴장도 되고 불안하다. 내 노력이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다.
그래서일까. 어떤 음식을 먹거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평균 이상이라면 난 망설임 없이 5점을 준다. 누구든, 그때의 나처럼 덜덜 떨며 냉장고를 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참 우습다.
상담의 시작은 고객의 문제 해결이었는데 말이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고객의 엄지를 별 다섯개로 이끄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고작 별 다섯 개일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