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을 만들고 싶습니다"
담백하게 말하는 남성은 목소리가 젊다. IT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다.
실적이 오르고 직원도 늘었다. 이제는 회사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돈된 말투 속에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중함이 묻어났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대표님 니즈에 맞게 책임있게 작성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취업규칙 기본 포맷은 고용노동부 사이트에도 있다. 이걸 다운받아서 스스로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나 누락이 생겨도 알길이 없으니 나와 같은 노무사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표준 취업규칙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셋팅되어 있어서, 그대로 도입하면 오히려 사용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
결국 회사를 위한 규칙을 만들고 싶다면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고 꼼꼼하게 다듬을 수 밖에 없다.
대표님이 원한 규칙은 명확했다.
"회사 차량을 사고낸 경우 직원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요. 근무 중에 자꾸 자리를 비우는 직원도 통제하고 싶구요. 경조사 휴가는 유급으로 몇 일까지 줘야 할지, 성과급은 어떤 기준으로 공정하게 책정할지도 고민입니다. 잘못한 직원에게는 징계나 해고도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근로계약서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규모와 인원이 늘어날수록 규율과 질서를 조직 내부에 구조화할 필요가 생긴다. 취업규칙은 그런 틀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초작업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통화하면서 조항 하나하나를 살폈다.
대표님의 고민을 조목조목 문장으로 옮기고, 법 테두리 안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를 녹여냈다.
작성까지 대략 일주일이 걸렸다. 그 이후 신고는 수정요청 한 번 없이 통과됐다. 노무사의 도장은 고용노동부 심사에서 사실상 ‘프리패스’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도 전문가를 찾는 이유가 된다.
노무사로서 나는 이런 순간들이 참 뿌듯하다.
갓 자란 참치가 태평양을 힘차게 헤엄치듯, 이제 막 사회에 태동한 신생 기업의 구조를 잡아주는 느낌. 규칙을 통해 사람들이 느낄 기대와 우려, 책임과 권한의 간격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느낌..
그리고 이 규칙이 어느 날 사람들 사이를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들고, 조직이라는 복잡한 장치 속에서 조용히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될 때, 나는 이 일이 꽤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없어도, 내가 만든 규칙은 늘 그자리에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