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에세이 07. 월급 100만원 차이

by 지노무사

문노무사, 김대리랑 점심으로 아구찜을 먹었다. 기분도 좋고, 나른하기도 해서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소화를 시키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젊었다. 화가 났는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게 약간 겁이 날 정도였다.




"저는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차별? 흥미로운 스타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얘길 들어보니, 이 남자가 우연히 입사동기의 월급명세서를 보게 됐는데, 아니 글쎄 그 놈이 자기보다 100만 원을 더 받고 있더라는 거다.





"입사동기에, 직급도 같고, 같은 팀인데 왜 저보다 100만원을 더 받는거죠? 1년이면 1,200만원 차이 아닙니까. 열받고, 쪽도 팔리고.. 후.. 이거 어디 신고할 수 없나요?"





아이고, 그랬구나. 돈 문제는 정말 민감하지. 특히 입사동기끼리 월급 차이가 난다면 자존심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렇게 생판 모르는 노무사에게까지 전화를 걸었겠지.



하지만.. 뭐라해야 할까. 사실 이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다. 그것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만약 이 남자가 기간제였거나, 파견직이거나, 또는 여자였다면 "왜 날 정규직(남자)에 비해 차별합니까?"라고 따져볼만 하겠다만,



이번 경우처럼 정규직 남자끼리 월급을 덜 주고, 더 주고 하는 것은 현행법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판례도 없다). 회사 입장에선 월급을 달리 주는 것에 소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성과나 협상력, 기여도 등)





나는 그가 숨을 고르는 틈에, 위 내용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 남자는 거친 숨소리를 조금씩 줄이더니 "그렇다면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거군요"라며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차별 시정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덧붙이자, 그는 짧게 "답답하네요. 알겠습니다."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통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가 상담을 잘 한게 맞나, 더 따뜻하게 감정을 어루만져 줬어야 했을까?





이 남자가 분노했던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설명 없는 차이에 대한 답답함이 더 컸을거다. 이런 식의 대우에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나였어도 당장 옥상에 올라가 소리부터 질렀을거다.





그렇지만 세상은 종종 이런 식이다. 더 받는 사람은 늘 있고, 덜 받는 사람도 늘 있다. 중요한 건 회사에 반감을 가지고 삐딱선을 탈지, 아니면 이 불편한 마음을 잘 갈무리해서 나중에 "그래도 그때 잘 참았네" 하고 웃을 수 있을 만큼 더 올라서는 건지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와도 아구찜 콩나물 한 젓가락 더 집어먹고, 땀 쫙 빼고난 뒤에 또 달려봐야지.





인생 길다. 판도라의 상자에도 끝까지 남아 있던 게 희망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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