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노무사, 김대리랑 점심으로 아구찜을 먹었다. 기분도 좋고, 나른하기도 해서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소화를 시키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젊었다. 화가 났는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게 약간 겁이 날 정도였다.
"저는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차별? 흥미로운 스타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얘길 들어보니, 이 남자가 우연히 입사동기의 월급명세서를 보게 됐는데, 아니 글쎄 그 놈이 자기보다 100만 원을 더 받고 있더라는 거다.
"입사동기에, 직급도 같고, 같은 팀인데 왜 저보다 100만원을 더 받는거죠? 1년이면 1,200만원 차이 아닙니까. 열받고, 쪽도 팔리고.. 후.. 이거 어디 신고할 수 없나요?"
아이고, 그랬구나. 돈 문제는 정말 민감하지. 특히 입사동기끼리 월급 차이가 난다면 자존심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렇게 생판 모르는 노무사에게까지 전화를 걸었겠지.
하지만.. 뭐라해야 할까. 사실 이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다. 그것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만약 이 남자가 기간제였거나, 파견직이거나, 또는 여자였다면 "왜 날 정규직(남자)에 비해 차별합니까?"라고 따져볼만 하겠다만,
이번 경우처럼 정규직 남자끼리 월급을 덜 주고, 더 주고 하는 것은 현행법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판례도 없다). 회사 입장에선 월급을 달리 주는 것에 소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성과나 협상력, 기여도 등)
나는 그가 숨을 고르는 틈에, 위 내용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 남자는 거친 숨소리를 조금씩 줄이더니 "그렇다면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거군요"라며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차별 시정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덧붙이자, 그는 짧게 "답답하네요. 알겠습니다."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통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가 상담을 잘 한게 맞나, 더 따뜻하게 감정을 어루만져 줬어야 했을까?
이 남자가 분노했던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설명 없는 차이에 대한 답답함이 더 컸을거다. 이런 식의 대우에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나였어도 당장 옥상에 올라가 소리부터 질렀을거다.
그렇지만 세상은 종종 이런 식이다. 더 받는 사람은 늘 있고, 덜 받는 사람도 늘 있다. 중요한 건 회사에 반감을 가지고 삐딱선을 탈지, 아니면 이 불편한 마음을 잘 갈무리해서 나중에 "그래도 그때 잘 참았네" 하고 웃을 수 있을 만큼 더 올라서는 건지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와도 아구찜 콩나물 한 젓가락 더 집어먹고, 땀 쫙 빼고난 뒤에 또 달려봐야지.
인생 길다. 판도라의 상자에도 끝까지 남아 있던 게 희망이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