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고 싶어요

수명신

by 윤선태

사만 년이라는 세월을 살았고

죽어서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

삼천갑자 동방삭 사만이를 아시나요?


특별한 재주가 있었냐고요?

아니요, 없었어요

게을러터져 아내 덕에 먹고살며

뭘 모르고 산 활을 메고 산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해골바가지 하나

집에 가져와 극진히 모셨을 뿐

고아 출신의 비렁뱅이였지요


주어진 수명이 다 되어

저승 삼차사가 잡으러 왔을 때

그 해골바가지 노인이 알려준 대로

마을 어귀에 사자상(使者床) 차려놓고

밥 세 그릇, 옷 세 벌, 신 세 켤레 준비했더니

차사들이 그것을 먹고 입고 신은 덕분에

서른일곱이 삼천일곱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삼천 년을 살다 보니 꾀가 늘어

신선처럼 도술까지 부리게 되었고

수명을 자꾸 연장하려 저승사자를 따돌리며

삼만 년, 사만 년 살아왔지요


사만 살이 되어 하루는 계곡을 지나는데

시커먼 숯이 하얗게 되도록

맑은 시냇물에 씻는다는 말을 듣고

얼결에 본색을 드러내어 그만

저승으로 잡혀가고 말았지요


어쩔 수 없이 이승을 떠나면서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문제

그것을 다시 숙제로 남겨놓았으니

당신이 한 번 풀어 보실래요?



<주> 수명신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신이다. 사만이는 이승에 살면서 저승차사 대접을 잘해 서른일곱 수명을 삼천일곱으로 늘리고, 그 뒤로도 꾀를 써서 저승차사를 따돌리며 사만 살이나 살았다고 한다. 죽어서는 수명신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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