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최초 소파 헌정시
너를 보낼 때가 되었어
이미 그때를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모른 체 했지
편했으니까
그냥 옆에 있는 게 숨 쉬는 듯 당연했으니까.
네 상처를 알고 있었어
끝없이 패이는 상처가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안 보이는 척하다가
감춰버렸어
하얗고 보드라운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낡은 숨결에 지친 너였지만
편안해 보인다면서
안도했어
이제 안녕을 말할게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소중한 한 순간
힘들었던 어떤 날
무너져 내렸던 날
모두 네가 있어서 쉴 수 있었어
우릴 안기에 이미 작아진 널 놓아줄게
널 만난 지 십 년. 이제 남은 날은 하루.
이젠 안녕...................................... 소파에게
글쓰기 최초 소파 헌정시를 썼다.
(웃기게 쓰려고 했는데 진지해졌다.)
계속 고민을 했다. 소파를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지만 천연가죽이 아닌 인조가죽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그대로 묻어났다.
주로 앉는 부분과 옷, 피부에 닿는 부분이 갈라지고 표면이 일어났다.
아이들이 그은 연필, 펜 자국은 많지는 않았지만 깊었고 제일 심한 것은 면과 면이 닿는 부분 표면이 거의 닳아버려 가죽이 일어나 틈새에 그대로 먼지처럼 쌓이는 것이었다.
소파는 결혼할 때 사서 사용한 지 십 년이 다 되었다.
사이드 부분이 나무로 되어 있고 색깔은 옅은 베이지 색으로 집에 잘 어울렸다. 두 개로 나눠지고 사이에 차 마실 수 있는 연결부분도 있었는데 부피가 너무 커서 몇 번의 이사 후 버렸다.
앉아서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는,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휴식 공간이었기에 가죽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커버를 씌웠다. 그랬더니 새 소파처럼 깨끗해졌다. 그 상태로 2-3년을 썼다. 커버를 씌우면 계속 쓰기 무리는 없었다. 푹 꺼진 부분도 아직은 없고 커버만 자주 빨면 사실 더 쓸 수도 있지만 이젠 보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소파를 장바구니에 넣고 살까 말까 몇 달을 고민하다가 백화점에서 직접 앉아 본 이후론 마음이 굳혀졌다.
그래도 큰 가구를 바꾸는 때 명분이 필요해서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과 나의 전근을 이유로 하고 거금을 들여 주문을 했다. 그리고 오늘 전화가 와서 내일 배송을 해준다고 한다.
둘에서 넷이 된 지금.
우리 가족의 모든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파를 이렇게 버리는 게 왠지 미안했다.
거기 앉아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고
첫째와 둘째, 수유의 핫스팟이었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안고 같이 울던 곳도 소파였다.
소파에 기대 치킨 한 마리, 맥주 한잔 기울이며 남편과 전우애를 느꼈고
그런 남편이 과음하고 온 날은 소파 차지였다.
두 아이의 백일, 첫 생일, 지금까지의 모든 생일과
모든 축하엔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불었고 사진을 찍었다.
집에 있는 큰 가구나, 가전은 보통 10년을 주기로 바꾼다는데 그 첫 타자가 소파가 되었다.
새로 올 소파가 기대도 되고, 이제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보내야 하는 건 아쉽다.
뭐든 버리질 못하는 아들은 소파에게 갑자기 이름을 만들어주더니 못 보낸다고 떼를 썼다.
그 모든 광경 또한 소파에서 이루어졌다.
소파를 들어낸 후 바닥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 이사 온 지 3년 동안 쌓인 먼지가 소파 표면에서 떨어진 부스러기와 뒤섞여 매우 지저분했다. 쌓인 먼지 덕분에 아쉬움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헤어질 결심이 들었다.
햇살 좋은 날 커피 한잔 마시면서 느꼈던 행복을 만들어줘서 고마웠어.
안녕. 소파야.
그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소파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들여다보니 참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 소파를 위해 글로써 안녕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