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나무씩, 친해보자 - 3월 둘째주

알싸한 향기로 기억되는 노란꽃나무, 생강나무

by 예리한 탐색가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대표적 우리 나무 생강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른 봄 무채색으로 가득한 숲에 처음으로 노란색을 칠하며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우리 산에는 생강나무가 많아 조금만 숲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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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는 나무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여 생강나무이다. 처음 생강이란 이름을 듣고 우리가 양념으로 쓰는 그 생강이 나는 나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양념으로 먹는 생강은 여러해살이풀로서 연한 조릿대 대나무처럼 생겼다. 단지 생강나무는 잎, 나뭇가지, 꽃에서 생강같은 냄새가 난다하여 생강나무란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봄에 피는 노란 나무꽃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가장 먼저 개나리를 떠올리고 두 번째로 산수유꽃을 이야기한다. 산수유는 꽃과 열매가 지역축제의 테마가 될 정도로 유명한데 비해 꽃이 비슷하게 생긴 생강나무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산수유는 열매를 약으로 쓰기 위해서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로 대부분 집 근처에 심어 기르나,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 스스로 산에 산다. 그러니 두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어디에 사느냐이다.

또한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의 꽃 생김새로도 구분을 하는데 산수유나무는 꽃 한 송이에 암술 수술이 각각 제 구실을 하며 함께 있는 양성화인데 비해 생강나무의 꽃은 암술만 있는 암꽃, 수술만 있는 수꽃이 각자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이다. 대개 보면 수꽃은 개수도 많고 여럿이 모여 가지에 푸짐하게 달리는 반면 암꽃은 피는 꽃의 숫자도 적어 가지에 듬성듬성 달린다. 그래서 수그루가 훨씬 노란색이 진해 보인다. 또한 산수유꽃은 꽃자루가 길어 나뭇가지로부터 꽃이 튀어나와 보이는데 생강나무의 꽃은 꽃자루가 짧거나 거의 없어 나뭇가지에 딱 달라붙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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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에 비해 산수유나무가 더 유명하다보니 숲에서 만난 생강나무를 보고도 산수유나무라 아는 체 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숲에서 노란 꽃을 보고 산수유나무라 부르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듣는 생강나무가 서운하다.

이른 봄, 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여름에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하여 잎눈과 함께 좀 더 큰 꽃눈을 만든다.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햇살이 비치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이 꽃눈이 벌어지며 바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나서 꽃이 웬만큼 피었다 싶을 때 잎눈이 벌어지며 새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식물이 가장 많이 꽃을 피우는 시기가 봄이라는 상황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들이 택한 건 시간차 공격이다. 많은 꽃들이 피기 전에 먼저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강나무, 벚나무, 목련, 진달래, 매화나무, 산수유나무들이 모두 이런 선택을 하였다. 지난해 축적한 에너지를 꽃눈에 꽁꽁 싸매고 있다가 봄소식과 함께 장렬하게 터뜨리고 마는 이 꽃들은 그래서 급하다. 이에 반해 늦게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잎을 먼저 틔우고 에너지를 모아 꽃을 피운다. 느긋하다. 이렇듯 나무에도 성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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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의 개성은 잎에서도 나타난다. 꽃이 질 때쯤 잎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잎의 뒷면에 털이 잔뜩 나 있어서 만지면 아주 부드럽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잎은 마치 아기를 연상시킨다. 세상 모든 생물의 아기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듯 생강나무의 잎도 그렇다. 잎이 점점 커져 제 크기를 찾게 되면 신기하게도 털이 없어진다. 어른이 되었다는 듯이 말이다. 생강냄새 가득한 이 잎은 사람들이 장아찌를 담그기도 하고 부각을 만들기도 하며 음식의 재료로 쓴다. 꽃과 더불어 봄내음 가득한 차로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생강나무잎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하나의 나무인데 나뭇잎의 모양이 두 가지이다. 하트모양의 나뭇잎과 오리발모양으로 세 갈래로 갈라진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이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다. 가을 숲에서 노란 단풍 든 생강나무를 보는 것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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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의 열매는 암꽃이 지고 난 자리에 생기는데 진한 초록의 동그란 모양이다. 크기도 작은 콩알 같아서 완두콩보다도 작다. 그것이 가을이 되면 검정색으로 익는다. 사람들은 이 열매에서 기름을 짠다. 그래서 동백나무 씨앗에서 짜는 기름을 생강나무 씨앗에서도 짤 수 있어서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동박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따듯한 남쪽 빨간 꽃이 피는 동백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와 너무도 유명해진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점순이가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알싸하고 노란 동백꽃이라고 분명 했건만 사람들은 이 동백꽃을 남쪽 지방의 빨간 동백꽃으로 당연히 넘겨짚고 말았다. 이 후 많은 노력으로 동백꽃이 노란 생강나무꽃을 가리킨다고 알려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동백꽃’ 소설책의 겉표지에는 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가장 심한 건 빨간 동백꽃의 모양에 색깔만 노랗게 칠해놓은 어린이용 만화책까지 있었다. 명작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하게 하기위한 만화이지만 이런 왜곡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참 황당하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노란 생강나무가 책표지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제대로 된 표지를 보면 눈물 나게 반가울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어야 할 이유로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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