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 조사 때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
“희준 어머니가 작년 12월쯤 은호를 혼낸 적이 있다던데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6월 내가 강준이에게 한마디 한 걸로 나는 나쁜 어른이 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아이와 엄마에게 사과하는 등 인민 재판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6월 당시에도 얄궂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23년 12월, 그날은 내가 일이 있어 은호를 수영장에 보내고 끝나는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1층 앨리베이터 앞에서 은호 친구인 서진이, 민우를 만났다.
희준이, 희준엄마도 있었다.
서진이, 민우에게 “은호는?”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머뭇거리더니 “은호 수영센터에서 이모 기다려요” 했다.
수영센터에 갔더니 은호가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은호야, 왜 친구들이랑 같이 안내려왔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 나 희준이 엄마한테 혼났어” 했다.
수업이 끝나고 물놀이 시간이 있었는데 은호가 희준이에게 장난이 너무 심하다며 희준엄마에게 한참 혼났다는 거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한눈에 그려졌다.
전에 희준엄마가 다른 아이도 무섭게 혼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그해 봄-여름 사이에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수업 후 물놀이 시간 희준이랑 다른 아이가 심하게 물장난을 쳤다.
희준이는 평소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난이 심한 아이라 또 그러나보다 했다.
대체로 희준이가 먼저 장난을 거는 쪽이었고 다른 아이들이 참거나 피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치열한(?) 물싸움이 한동안 계속됐다.
수영센터 앞에서 은호를 기다리는데 희준이가 씩씩대며 나왔다.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화를 내며 “엄마, 그 형 좀 혼내줘” 했다.
희준엄마 역시 “엄마도 아까 다 봤어.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그 애 나오는 거 기다렸다 엄마가 단단히 혼내줄게” 했다.
화가 단단히 난 두 모자를 보는데 쓴웃음이 나왔다.
그때까지 희준엄마를 이해해보려던 내 나름의 노력이 의미 없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은호는 2022년 말부터 수영장을 다녔는데 희준이는 첫날부터 은호를 괴롭혔다.
그때는 지금보다 두 아이의 체격 차이가 훨씬 클 때라 은호는 한눈에 희준이의 먹잇감이 됐다.
희준이가 다짜고짜 와서 물을 뿌렸다.
처음 보는 아이가 그러니 은호도 당황한 눈치였다.
한동안 계속 피하다 은호도 같이 물을 뿌렸는데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러다 말겠거니 했지만 은호가 물 밖으로 나와 도망치는데도 장난(?)은 계속됐다.
은호가 수영을 끝내고 나와 새빨개진 얼굴로 화가 나서 말했다.
“아까 그 애가 샤워실까지 쫓아와서 샤워기로도 계속 물을 뿌렸어. 아, 진짜 너무 심한 것 같아”
나 역시 당황스러웠지만 그 아이 엄마도 참관실에서 봤을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며칠이 지나도 그 아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은호가 가장 작아서 타겟이 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쩔줄 몰라할 때 남편이 수영장 선생님께 말씀드려 보라고 조언했다.
누가 봐도 심하게 은호를 괴롭히는데 달라지지 않는 거면 엄마가 모르시는 것 같다며.
그 이후로도 선생님을 통해 2~3번 더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나중에 참관실에서 매일 보던 엄마가 희준엄마인 걸 알고 속으로 많이 놀랐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못본 것도 아닌데 아이에게 주의 한 번 주지 않는 희준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 분은 굉장히 둔한 사람인가보다.
아니면 ‘예의’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낮은 사람인가보다.
그러니 반대로 자기 아이가 저렇게 당해도 화내는 일은 없을 거야’
※ 다음 글은 두번째 연재집 '목소리2'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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