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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an 16. 2024

미지의 인터뷰_뮤지션 유호(3/3)

본질에 가까운 아티스트를 꿈꾸는.

미지   그러면, 언니한테 영감을 주는 건 뭔가요? 좀 뻔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유호   아니에요.



미지   그것도 궁금하고 반대로 영감이 없을 때는 어떤 걸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요. 



유호   저한테는 자연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나한테 의미 있었던 일들, 잘 관찰하며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이 영감의 원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영감이 없을 때.. 없다기보다 막혀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아. 내가 부정적인 상태 거나 고여있어서. 사실은 다 들어오고 있는데 막힌 거야. 그럴 땐 지금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알아차리고 그것부터 해소를 하죠. 샤워를 한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산책도. 그러면 좀 뚫리는 것 같아요.



미지   아무튼 다 몸을 움직이는 거네요?



유호   그런가 봐. 제일 정적인 건 명상? 그것도 호흡이니까 일종의 몸을 쓰는 거죠. 



미지   명상.. 진짜 좋죠.



유호   맞아. 하기까지가 좀 걸려서 그렇지. 



미지   근데 진짜 건강할 때는 오히려 안 하게 돼. 그렇지 않아요? (웃음)



유호   맞아 맞아 맞아 (웃음) 절박할 때, 살려주세요. (명상 자세를 취하며) 하면서 하지.



미지  저도 힘들 때 엄청 많이 했는데. 지금은 건강한가 봐! (웃음)



유호   잘 됐다! 



미지   뭔가 명상은 그런 것 같아요.



유호   맞아요 맞아요.



미지   진짜 건강한 사람들은 잘 몰라요. 명상이 얼마나 좋은지.  그걸 왜 하냐면서.



유호   그것만큼



미지   아무것도 없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잖아요. 



유호   맞아.



미지   아 그리고 언니 블로그에서 그런 것도 봤어요. 예술계획? 그건 뭔지 궁금했어요. 



유호    이건데(사진을 보여주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예술가가 되는 방법으로 ‘아티스트 데이트’를 말해요. 내 안에 어린아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듣고 쓴 겁니다.



미지    저걸 하나씩 해보는 건가요?



유호    네. 하나씩 의식적으로 해보고 있긴 해요.



미지   해보면 어때요?



유호   조금 예술력이 오르는 것 같아요. 아이의 기질이 좀 살아나요.



미지   그렇구나. 저도 이제 그런 걸 좀 신경 써서 해보려고 해요.



유호    음~ 어떤 면에서?



미지   원래 피아노를 배웠는데 공부했는데 너무 안 하다 보니까 시간 내서 해보려고 해요. 원래 예전에는 그걸로 시험 치고 이러니까 부담이고, 잘해야 되고, 똑같은 것만 해야 되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클래식이랑 반주 이런 거만했으니까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요. 그런 걸 좀 놓으니까, 그냥 편하게 쉬운 곡을 연습해도 이제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진짜 취향도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 좀 무조건 화려하고 때려 부수는 곡들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럴 테크닉이 안 되기도 하고 다시 기본. 바흐. 이런 것들 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그때는 재미가 없었거든요. 바흐. 모차르트 이런 거. 재미없고 단조롭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거만큼 기본기 다지기에 좋은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얘네가 고전인 이유가 있구나. 그런 단조로운 곡을  재밌게, 성실하게 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림은.. 원래 항상 ‘음악 하면 그림 못함!’ 이러면서 나의 미술 못함을 쉴드 쳤었거든요. (웃음) 근데 그것도 또 다른 자극이니까, 색칠 같은 거 재밌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유호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아까 말한 지인분도 그림을 예전에 열심히 그리셨다가, 지금은 남는 시간에 그리시는데 되게 편안한 마음이 되는 좋은 취미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취미라기엔 너무 잘 그리시지만. 민정이도 피아노가 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미지   되게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만큼 치진 못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악기라는 것은, 모든 게 그렇겠지만 안 하면 다 까먹기 때문에 좀 빈도를 늘릴 필요는 있지 않을까..(웃음)


이제.. 질문이 얼마 안 남았는데. 공식적으로 발표한, [ greener ]라는 곡은 어떤 곡이고 어떻게 쓰게 됐고, 발매하면서 또 어땠는지?



유호   주변의 시선과 부모님 틀에 갇혀 있다가, 대만에서 느꼈던 경험들 덕분에 눈을 뜨게 됐어요.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행복을 터득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위해 이 경험을 남겨놓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 곡을 쓰게 됐죠.



미지   되게 의미 있는 곡이네요. 



유호   그런 의미가 있죠.



미지   발표하고 나니까 어땠어요?



유호   발표한 직후에요?



미지   직후도 그렇고 그냥 지금까지 오면서?



유호   그냥 너무 좋죠. (웃음)



미지   다행이네요.



유호   뮤비도 생각한 대로 잘 나와서, 이전에 커버 곡 영상만으론 부족했던 유호라는 정체성을 잘 담을 수 있었어요. 표현하기 어려워 눌러왔던 색깔이 이제 Greener를 보여주면  설명이 되니까요. "이런 음악 해."라는 말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거죠.



미지   그 음원 커버 작업을 또 우연하게 시윤이한테 맡기게 됐죠.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웃음)

*미지의 친구입니다.



유호   전혀요. (웃음)



미지   원래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요? 



유호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시간 내서 사진도 찍고 뮤비도 찍을 계획 세우면서 빡세다… 이러고 있었어요. 시윤 씨한테 그랬어요. 그냥 처음부터 예정된 작업처럼 색깔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미지   다행이네요. 저는 또 좋았어요. 내 공간에서 이런 우연한 만남으로 뭔가가 나온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게 기획자의 마음인가 봐요. 장을 만들어주는 거.  아무튼 커버도 마음에 드셨다니, 제가 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군요. (웃음)



유호   아이고, 거의 반을 하셨지.



미지   내가 자리를 만들었어! 


음 그리고  블로그 보면서 본 건데, 혹시 브랜드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유호   브랜드요? 유호 말고 다른 브랜드를 말하시는 걸까요?



미지   누군가와 함께 계획하고 있는 듯한..



유호   아! J가 예전부터 항상 브랜드와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었어요. 그중에 저랑 겹치는 생각이, 부산이란 도시에 점점 애정이 생기면서 항상 이야기하는 게, "부산이 모자란 게 없다." (웃음) 


미지   맞아요. 진짜로!



유호   서울이 되려고 하면 부족하나, 부산다우면 모자랄 게 없다! 부산의 인디 씬도 실력 있는 분들이 많고. 타지 사람들을 오게 할 수 있는 어떤 큰 시작만 있으면 많은 것이 이루어질 것 같다. 그래서 그런 흐름에 저도 굉장히 관심이 있어요.



미지   언젠가는.



유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미지   언젠가 만든다면 저에게도 작은 기회를..(웃음)



유호   그럼요. 그럼요.



미지   재밌겠다~!


저도 진짜 많이 생각해요. 부산은 너무 좋은 도신데.. 뭔가 아쉽다. 뭔가가 아쉽다! (웃음) 그런 얘기 있잖아요. 부산의 유일한 단점은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 것이다. 다 좋은데 너무 멀다. 대한민국의 수도와 너무 멀다는 것..



유호   그러니까 제2의 수도가 되자. (웃음)



미지   제가 항상 말했지만 해운대도 문화 사업을 못 한다. 너무 아쉽다, 그랬잖아요.



유호   그니까!



미지   해운대도 잠재적 가능성이 많은데 너무 관광과 유흥의 도시로만 돼서 안타까워요. 구해운대역 공간도 전에 무명 예술가들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었거든요? 그랬다가 금방 문 닫았어요. 그렇게 비워뒀다가 잠깐 엑스포 관련해서 팝업 전시 잠깐 했다가.. 저기도 너무 아까워요. 처음에 반응 되게 좋았거든요?. 무료로 전시 기회 주고 해서.



유호   근데 왜 하다 말았대?



미지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죠? 뭔가가 필요했겠죠. 돈이 되는 무언가가? 그래서 그때도 말 많았어요. 문화예술 사업의 성과라는 게 그렇게 단시간에 드러나는 게 아닌데.



유호   해운대구 관계자 분들이 예술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미지   애초에 구청에 그게 없어요. 그런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부서가. 그런 것도 다 일자리 경제과가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게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다른 도시도 그런 진 몰라도, 부산은 대부분 문화 사업을 일자리 경제과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나마 조금 더 잘하는 금정구도 다 담당은 일자리 경제과더라고요.



유호   그렇구나.



미지   근데 해운대구가 유난히 못하는 것 같아요. 너무 관광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근데 최근에 저기 구해운대역에서 마켓이 한번 열렸거든요?



유호   어떤 거?



미지   아티스트 마켓이라고 해서 열렸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유호   진짜?!



미지   해운대에서 이런 걸 한다고? 할 정도로요. 플리 마켓도 되게 뻔한 상품들 어디서 보던 것들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지역 상인들이 자기 아이덴티티를 담아서 만든 상품들을 팔고, 슈톨렌 같은 것도 팔고 그랬어요.



유호   찾아봐야겠다.



미지   버스킹도 하고 그랬어요. 해운대에서 이런 게.. 드디어 뭔가 아는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해운대의 희망을 봤어요. 좋았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부산에 대한 애정과 그것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사람들로서.. 그런 흐름을 구상하고 계시군요.



유호   그럼요.



미지   언젠간.



유호   인재가 많고, 다들 성장 중이기 때문에 저는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지   그러면 이제 마지막인데  연말이잖아요. 연말스러운 질문을 해볼까 해요. 언니는 보니까 항상 계획을 세우더라고요.



유호   큰 틀을 세우는 편이지.



미지   언니 혹시 J에요?



유호   P입니다. 계획을 좋아하는 P. (웃음)



미지   그렇구나. 그럼 2023년에 계획한 바를 잘 이루셨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궁금해요. 



유호   일단 상반기에는... 목표를 과감하게 높게 세웠었어요. 그래서 다 안 됐고. (웃음) 항상 중간에 한 번 수정을 해요. 그때 수정한 계획이 공연 다양하게 5번만 하자였는데 그건 이뤘어요. 



미지   다양하게 한 것 같아요.



유호   맞아요. 책방에서 전시도 하고. 그런 면에서 올해 성과에 대해 만족합니다. 그리고 내년은..



미지   벌써 세워두셨나요?



유호   네, 내년 걸 말할까요? 아니면 앞으로의 목표를 말할까요?



미지   내년 거 요약과 앞으로의 유호.



유호   인터뷰 잘하시네요. (웃음) 간단하게 말하면 내년에는 EP 앨범을 내고 그 곡들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공연을 하러 다닐 거예요. 그리고 실물 CD도 가능하면 내고 싶어요. 큰 틀은 그렇고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건 많은데. 질문이 앞으로의 음악적 계획인가요? 



미지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일수도 있고요.



유호   좀 본질에 가까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사람들이 궁극적인 목표를, 꿈을 물어보면 제가 하는 얘기는 ‘고전이 되고 싶다’거든요.



미지   멋있어!



유호   엄청 큰 꿈인 거죠.


(벼락 치는 소리)


어머.



미지   벼락이 쳤어.!



유호   벼락이에요? 뭐야, 응답받은 거 아니죠?



미지   뭐지? 진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 날 부산엔 갑작스럽게 벼락이 치고 우박이 내렸답니다. 


유호   나 폭죽 터지는 줄 알았는데. 



미지   날씨 이상해.. 비가 오려나?



유호   어머 폭풍인데? 미치겠네. 이게 무슨 일이야.



미지   근데 국지성 폭풍우라고 하니까



유호   금세 그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오순도순 얘기하고 있다가 이게 무슨.



미지   잊어버렸다. 무슨 얘기하고 있었더라?



유호   고전…



미지   (웃음) 고전이 되고 싶다.


(잠깐 중단)


유호   제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가는 게 목표인데 이왕이면 그게 크고 진하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고전이잖아요.



미지   야망이 크시군요.       



유호   저는 좀 큰 편입니다. 그래서 제 속에 유정이 힘들어해요.



미지   아 그래요? (웃음) 음악적인 영향력을 많이 키우고 싶으신 거군요.



유호   맞아요.



미지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당장 내년에 목표하고 있는 것도 기대가 되는걸요.


그러면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 어떠셨나요?



유호   블로그에만 쓴 것들을 좀 많이 말한 것 같아요. 말을 안 해본 것도 있고.



미지   진짜요?



유호   보통 사석에서는 깊게 한 사람에 대해서 면면이 파헤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재밌었어요. 질문을 블로그까지 읽어가면서 열심히 준비해 주신 것 같아요.



미지   열심히 조사해야죠. (웃음)



유호   재밌다. 근데 



미지   다행이다. 




https://youtu.be/aT-XGyZytLI?si=tqdGbqSm_iXw3f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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