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맘 Mar 23. 2024

보지 않았던 진실

한 달 전 우리 가족은 중국의 항저우를 여행했었다.

나의 구독자들이 아시다시피 첫날밤의 설렘으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었고 여행 내내 짧은 기행문을 적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혀 브런치 스토리에 접속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만난 중국인에 대한 인식과 한국으로 와서 느낀 중국에 대한 생각과 다름이 있음을 내가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상생활 중 만나는 상품 중에 ‘메이드 인 차이나’ 라고 적힌 물건의 가치는 크지 않았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이건 우리나라에서 만든 거예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면 그 물건의 신뢰성이 더 다가와서 망설였던 마음을 뒤로하고 주문을 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런 주부였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선포하는 기사를 봐도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염려하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잠시 생각할 뿐이었다.



첫날 우린 조식 뷔페를 맛있게 먹었다.

아시아사람이건 서양사람이건 누구나 한 끼는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종류별로 있되 겹치지 않도록 메뉴의 구성이 좋았다.

특유의 향신료와 재료는 자제되었고 여행자의 한 끼를 책임지는 듯 따뜻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여러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를 생각해도 단연 최고였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봐도 아들이 고심해서 고른 호텔의 위치가 탁월했다.

호텔에서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걸으니 공원이 나왔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자그마한 산을 올라가서 내려오니 바로 항저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서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넓은 나라의 호수는 이렇게 큰 것일까 하는 질투심이 섞인 여행자의 흥분에 우리는 많은 대화와 흥겨움으로 10킬로 이상을 걸었다.

걷는 동안 화장실도 여러 번 이용했는데 무척 깨끗했고   많은 사람과도 스쳐 지나갔건만 그들의 일상을 조용하게 즐기는 사람들뿐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내가 서있는 여기가 역시 큰 나라답게 넓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끼곤 했다.


다음날,

이곳 사람들이 설이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는 영은사로 갔다.

서기 326년에 건립되었고 중국의 10대 사찰이라 여행객인 우리는 당연하게 가야 하는 곳이었지만 현지인들도 가야 하는 날이라고 하니 더욱 좋았다.

(우리 가족은 현지인처럼 자연스레 경험하는것을 좋아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질서정열하게 불쾌감이 없었다.

사람이 붐비다는 느낌?

많은 인파가 걸어가는 모습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진짜로 진짜로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거!

그러나 어디서든 소란을 피우거나 벗어나는 사람이 없어서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걷다가 보니 공기가 좋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공장이 밀접해있는 도시는 공기가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신도시인 항저우는  공기가 좋았는데 남편은 전기 자동차 때문이라고 했다.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였다.

 그리고 배터리를 만드는 원자재를 가진 나라라는 것에 탄식이 나왔다.


중국의 BYD는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인 동시에 전기자동차를 생산까지 하는 기술력으로 테슬라와 함께 전 세계 판매량의 1위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우리는 여러 번 택시를 탔었고 매번  운전기사에게 자동차의 성능과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는 답변을 주었다.


이미 여러 회사의 전기 자동차가 온 중국땅을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모든 생산 물건의 가격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지 않은가.


그런 나라에서 자원과 기술이 받쳐 준다는 사실이 어쩌면 우리 윗세대 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자식교육에 헌신했던 시절로 되돌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2007년도에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란 TV프로그램이 방영된 기억이 있다.


의류와 음식은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상당수의 제품 중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게 현실이었고 중국산이 없는 삶이 얼마나 불편한지 잠시 생각하게 해주는 프로였다.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잔도 마시지 못하고 아이들은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쩌면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서 지금 미국이 견제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언어의 높낮이로 중국인들의 대화가 시끄럽게 들려서 유럽에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왠지 더 예의를 지키는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진실을 보지 않았던 나!


작은 것에 가려졌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을 이번 여행에서 보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항저우에 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