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시 아헨에 고 아시아가 생겼다.
고 아시아는 독일 전역에 있는 중국 체인점의 아시아 마트다.
대체로 사람들의 접근성이 쉬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유럽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마켓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말은 한인 마트에는 한국제품이 , 일본 마트에는 일본제품이 주품목이지만 고아시아는 이 모든 걸 품었다고 할 수 있다.
군만두와 음료수등을 시식하는 코너를 마련해 친절하게 교육시킨 직원들이 홍보를 하는 모습은 독일에서는 눈길이 가는 풍경이다.
아시아국가의 편의점처럼 컵라면을 먹는 코너도 그야말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내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젊은이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이 1992년도에 방영된 드라마 질투에서였다.
어, 수퍼에서 컵라면도 먹네... 이 모습은 드라마의 전개뿐만 아니라 당시 젊은이들의 거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까지 발동하게 하였고 마침내 우리 동네의 버스 정류장 앞에도 편의점이 생기자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몰려와서 함께 컵라면을 먹은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니 동네의 가게에서 주인아저씨 아주머니에게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카운트가 별도로 마련된 곳에서 계산이라는 시스템을 인식하게 한 것도 그때였던 거 같다.
이렇듯 소비의 형태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다
.
물건을 살 때 무조건 흥정부터 하던 엄마가 창피해서 함께 시장에 가는 걸 피하고 싶었지만 군것질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엄마를 따라가야 뭐라도 얻어먹는다는 걸 알고 따라갔던 기억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점점 가격표와 세일이라는 시스템이 일상화되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에는 꾸준하고 다양한 마케팅이 넘쳐 났지만 유럽대다수의 국가들은 각마트의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 정도로 그쳤던 거 같다.
그들은 냉장고에 저장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즉시 해 먹는 간단한 요리가 대다수이다 보니 육류와 야채류의 신선함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 폰이 일상화되고 생활자체가 글로벌화되어 가는 유럽 중심에 중국의 왕서방이 등장을 했다!
매장에는 인기 있는 여러 나라의 음악을 틀어놓아서 K-pop도 자주 들을 수 있다.
학생은 항상 5프로 할인과 매달 첫 번째 토요일은 누구나 10프로 할인이라는 영업전략까지 들고 왔다.
할인 날을 기억하고 기다린다는 자체가 그 마트의 홍보일 수밖에 없다.
들쑥날쑥하지 않고 딱 기억하도록 정해놓은 게 포인트인 것이다.
독일 내 한인들은 프랑크푸르트에 집중적으로 모여 산다.
따라서 그쪽은 몇 개의 한인 마트가 있고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치킨집과 카페가 많이 생겼다.
K 문화의 호응과 함께 소규모의 한인 사업체도 인기가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지만 왕서방이 보다 큰 규모로 독일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이 여기저기 있었는데 현재는 왕서방이 인수해 버려 한인 호텔 수가 몇 안된다고 한다.
그마저도 왕서방이 수시로 와서 자기네들이 사겠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토요일이 되면 매우 바쁘다.
다른 학생들처럼 도서관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중에 장보기란 쉽지 않아서 토요일에 장을 보는데
집 근처에 고 아시아가 있으니 예전에 비해 생활 자체가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의 생활이 편하게 되어 다행스럽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염려가 된다.
우리가, 그리고 유럽인들이 중국 물건을 사는 데 있어서 점 점 더 익숙하게 될까 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