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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생명계의 ‘성’과 번식의 당혹스런 다양성

오랜 진화과정에서 양성생식이 나타났다. 사실 양성생식은 종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생존능력을 제고시켰다. 다시 말해 남녀, 성 정체성은 진화과정에서 종의 생존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인간과 동물 ‘대부분은’ 생물학적으로 수컷과 암컷 2개의 성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양성생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애자로 태어난다. 그래서 동성애자에 혐오를 느끼거나 피한다. 그런데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에게 혐오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참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에서 약 2~10% 정도 나타난다. 


남녀, 암놈과 수놈 간의 섹스로 후손을 이어가는 것만이 ‘자연’이 아니다. 동물도 단성생식을 하며 2개 이상의 성별을 가진 경우도 많다. 이들이 ‘소수자’이다. 단성생식은 새나 식물에서 나타난다. 해마 같은 실고기(pipefish) 물고기는 수컷도 임신을 한다. 2017년에는 수컷과 떨어져 사는 암컷 상어가 유성생식에서 단성생식으로 번식 전략을 변경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과학계에서는 동물의 개체 수가 크게 줄거나 멸종 위기에 처할 때 단성생식이 일어난다고 추측하고 있다. 암컷의 세포가 정자처럼 행동해 난자와 융합하는 방식으로 수정이 일어난다. 뱀이나 도마뱀, 상어, 새의 단성생식 사례는 발견됐다. 여러 종에 걸쳐 단성 생식의 메커니즘이 같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되어 온 아주 오래된 특성이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많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악어에서 단성생식이 관찰되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악어를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물에게 성별이란 절대적이지 않다. 산호, 물고기, 새우, 굴, 조개 등이 다양한 이유로 성별을 자연적으로 바꾼다. 인간은 성전환 수술로 인위적으로 바꾼다. 성전환이 자연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성별을 바꾸는 종은 대부분 물, 특히나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다. 성전환을 하는 어류 중에서 78%가 바다에서만 서식하고 15%가 민물에서만 서식한다. 과학자들은 이 이유가 민물고기가 성별을 바꾸기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민물고기의 경우 알의 크기가 더 커서 암컷과 수컷 사이의 해부학적 차이도 크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쥐나 인간처럼 지상에서 사는 포유류들은 물고기나 산호처럼 체외 수정할 수 없다. 암컷 포유류의 체내에는 수정과 착상 그리고 발생이 안전하게 이뤄질 자궁이 발달했고 이것이 성별을 바꾸는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2020년 리뷰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462종의 물고기가 성별을 바꾸는 것으로 집계됐다. 니모 물고기라 부르는 흰동가리나 혹돔, 블루헤드 놀래기 등이 여기 포함된다.


동물에게 성전환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전략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성적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살면서 겪는 경험과 지식 등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은 뇌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뇌가 바뀌듯이 성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설명은 생명계의 성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이다. 그것은 별도로 책 한 권으로 써야할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간단하게 말해 암컷과 수컷, 남자와 여자만이 ‘자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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