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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오해

섹스를 행한 최초의 생명체는 약 10억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섹스를 통한 생식은 진화에 의한 변화를 촉진시켰다. 무성생식은 똑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기에 환경 적응에 불리하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군이 특정 바이러스에 취약한 경우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유성생식을 의미하며 섹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자녀들이 태어나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생명체의 지속을 위한 ‘사명’인 셈이다.


유성생식은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경쟁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수컷이 보통 힘이 세다. 암수 간 크기 차이는 짝짓기 경쟁과 번식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수컷 사자는 짝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몸집이 커지고, 암컷 토끼는 새끼를 여러 마리를 낳아야 해서 수컷보다 덩치가 크다.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포유류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이해는 오래전 정확한 관찰 분석 없이 기술된 과학 문헌에 기초한다. 포유류의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주장은 수컷이 더 큰 종을 연구하거나 영장류나 물개처럼 수컷의 짝짓기 경쟁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이나 일부 포유류를 제외하면 그렇지 않다. 실제로 2024년 야생에 서식하는 429종의 포유류를 비교 분석했더니 대부분 수컷이 암컷보다 크지 않고, 많은 종에서 암수 모두 같은 크기로 나타났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5739-5#citeas


자연에는 유성생식뿐만 아니라 무성생식도 있다. 보통의 동물들에서는 처녀생식이 드물며, 주로 동물원에서만 관측된다. 이는 암컷이 오랜 시간 동안 격리되고 수컷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없을 때 나타난다. 게다가 같은 종이 유성생식도 하고 무성생식도 하는 경우도 있다. 암수가 짝짓기로 번식하는 것은 자연에서 흔하지만 짝짓기가 어려울 때 혼자서도 어떻게든 후손을 남기는 동식물이 적지 않다. 곤충 가운데서도 생각보다 많은 종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나 수컷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일 때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린다. 수정되지 않은 알이 스스로 부화해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딸들이 태어난다.


심지어는 무성생식으로만 번식하는 ‘고등’ 생명체도 있다. 호주의 메뚜기(Warramaba virgo)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거의 같은 암컷이었다. 종 전체가 처녀 생식을 통해 짝짓기 없이 번식한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메뚜기는 25만 년 전 우연히 이종 교배를 통해 태어난 암컷 한 마리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종교배를 한 두 종의 메뚜기를 교배해보았더니 그 새끼는 노새처럼 후손을 남길 수 없었다.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 이 메뚜기는 25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번성하고 있다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뜻밖이다. 모든 개체가 짝짓기 없이도 알을 낳을 수 있어 암수가 있는 메뚜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알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이 비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유리하다면 왜 다른 메뚜기는 양성생식 하는 종으로 진화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도 더 연구가 필요하다.


자연계에는 유성생식, 무성생식, 유성 무성 생식 등 다양한 생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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