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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이전의 진화론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이 찰스 다윈에 의하여 최초로 제안한 것으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진화론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다윈이 아니다. 진화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기원전 수천 년의 고대 메소포타미아, 고대 이집트 그리고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주장하였다.


다윈의 공로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진화론을 종합하고 과학적으로 ‘방대한 자료’ 증거에 의하여 입증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일을 한 것이다. 물론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표절 혐의는 있다. 지동설도 사실 고대로부터 주장된 것이었다. 지동설하면 코페르니쿠스를 연상하지만 기원전 3~4세기에 이미 제기되었다.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 기원전 310~230)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 불'(central fire)이라고 주장하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태양 중심설 즉 지동설을 주장했다.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재발견하기까지 무려 1700년 동안 지동설은 잊혀졌다.     


고대 사회에서는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이 대세였다. 현대에는 진화론이 대세이다. 고대의 창조론을 믿는 일부 현대인들은 진화론에 반발한다. 일부 사람들은 진화론을 수용한 창조론을 인정하기는 한다. 20세기 전까지도 진화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오랜 세월 우주, 생명과 인간이 누군가에 의하여 창조되었다고 상상했다. 생명이 저절로 자연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동물 시체에서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보고 생명이 자연에서 저절로 발생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아직도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도 자연발생설을 믿는 ‘멀쩡한’ 사람들을 위하여 부연설명을 한다.  동물이 죽고 나면 파리가 죽은 몸속에 알을 낳고 그로부터 구더기가 태어난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진화론’을 제기했다. 물론 그전에도 누군가가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기록은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진화에 대해 말한 사람은 에피쿠로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아낙시만드로스 등이다. 에피쿠로스는 최초의 생명은 원자로 구성되었고 그중 생존에 적합한 것만 살아남는다고 보았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며 생명은 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엠페도클레스는 환경에 적응한 생명만 살아남아 번식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바다에서 태어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로부터 땅으로 나왔다고 보았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사람도 물고기로부터 유래했다고 생각했다. 그의 제자였던 크세노파네스는 화석으로 된 조개류 등을 직접 발견하며 진화 이론을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다윈의 진화론과 그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물질에서 생명이 기원했고 자연선택에 의하여 생명이 진화했다는 주장은 다윈의 진화론과 같다. 중국에서도 진화 관념이 있었다. 중국의 장자(기원전 369~289)는 생명은 끝없이 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보면 찰스 다윈이 과연 진화론의 창시자인지 의문이 들것이다. 더욱이 다윈보다 먼저 자연선택 개념을 주장한 논문도 있었으니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이후 중세 유럽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종교가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과학은 시들고, 고대 그리스의 과학 전통은 중동으로 넘어갔다. 8~9세기 이라크의 알-자히즈(Al-Jahiz, 776~868)가 쓴『동물에 관한 책(Kitab al-Hayawan)』에는 진화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동물은 살기 위해 노력한다. 먹이를 찾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번식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결과 동물에게 새로운 특질이 나타난다. 그리고 번식을 통해 이 특질은 대물림된다. 동물은 조금씩 변하고 오래 세월이 지나면 새로운 종이 된다.” 13세기에는 페르시아의 나시르 알딘 알투시(Nasir al-Din al-Tusi, 1201~1274)도 진화이론을 제시했다. 세상의 모든 것, 생명뿐만 아니라 우주와 원소도 변화하며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 진화는 당연한 일이었다. 


유럽에서는 18~19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화론이 부각하기 시작했다. 다윈이 1859년『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때 학계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진화 개념이 논의되고 있었다. 아이슈타인이나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다윈의 놀라운 발견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늘 역사적 맥락이 존재하였다. 그래서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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