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은 유전자는 그대로인데 그 ‘기능’이 변화되고 유전되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겪은 것이 자녀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는 그대로이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하는 데 쓰는 모형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달력 나이와는 다르다. 생물은 나이를 먹으면서 ‘DNA 메틸화’라는 변화가 일어난다. 좀 어려운 얘기이지만 DNA 메틸화는 DNA 염기 중에서 사이토신(C)이나 아데닌(A)에 메틸기(-CH3)가 붙는 현상이다. DNA 메틸화는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해당되며 생물마다 차이가 있다. 노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텔로미어가 나이와 50%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DNA 메틸화는 노화와 96%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2013년 수학자 스티븐 호바스(Steve Horvath)는 DNA 메틸화와 노화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이용하여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를 개발했다.
개의 나이에 7을 곱하면 대략적인 사람 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없이 개의 수명과 인간의 수명을 대비시킨 방법이다.
2019년 ‘후성유전학 시계’ 모형으로 강아지 나이를 환산하는 공식이 나왔다. 동물나이를 인간나이(human age)로 환산한 값은 “16 × ln(개의 나이) + 31”로 계산된다. 여기서 ‘ln’은 자연로그로 1(개의 나이 한 살)이면 0의 값, 2이면 약 0.7이다. 자연로그 환산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이에 의하면 2~3년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인간으로 치면 거의 50살이다. 한 살쯤 되면 강아지는 갑자기 인간 나이 30살이 넘는다. 7살쯤 되어 노년에 이르면 시계는 다시 천천히 흘러 인간의 노화 패턴과 비슷해졌다. 한 살 먹은 강아지는 사람 나이로 서른 살로 생후 9개월만 되어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 5살이면 거의 환갑이다. 5살까지는 10배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5살 환갑이 지나면 16살까지 11년 동안 사람 나이로는 15년이 흐른다. 5살이 넘으면 인간과 비숫한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반려견을 키우려면 달력 나이가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