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년 라마르크가『동물철학』을 출간한 후 다윈이 1859년『종의 기원』을 낼 때까지 50년 동안 이미 진화 개념은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찰스 다윈이 살던 시기에도 ‘자연선택’ 개념을 제안한 사람이 이미 있었다. 1831년 스코틀랜드 농장주 패트릭 매슈(Patrick Matthew, 1790~1874)의 저서『군용 목재와 식림에 대하여(On Naval Timber and Arboriculture)』에도『종의 기원』의 내용과 유사한 글이 있다. “같은 어미에게서 난 새끼도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여러 세대가 지나면 서로 번식을 못하는 서로 다른 종이 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런던 킹스칼리지 마이클 윌(Michael Weale) 교수가『린네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의 부록에 있는 데,『종의 기원』요약문과 유사하다.
한 생명체가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여러 세대가 지나면 ‘서로’ 번식을 못하는 종이 될 수도 있다.”라는 패트릭 매슈의 주장은 생명의 역사에서 흔한 일이다. 아시아 남쪽에 사는 불곰과 북극에 사는 북극곰이 하나의 사례이다. 수백만 년 전부터 북극은 빙하기로 접어들었고 4만~10만년 간격으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었다. 간빙기가 되었을 때 불곰은 따뜻해진 북극까지 진출했다. 다시 빙하기가 왔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일부 불곰은 북극에 남았고 이들이 북극곰이 되었다. 잡식성이었던 불곰은 주로 물범을 먹고 사는 북극곰으로 변했다. 북극곰은 물범의 지방이 많은 피부와 지방층만을 먹어 지방층의 무게가 체중의 반에 달한다. 이런 체질로 극한 추위의 북극에서 살 수 있다. 북극곰의 유전자 2만개 가운데 20개가 불곰과 다르다. 주로 심장 기능, 대사, 털 색깔과 관련된 것이었다. 20개의 특이 유전자 가운데 9개는 채식이던 곰이 북극에 적응하면서 지방을 주식으로 하면서 생긴 유전자이다.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오랜 세월 살다보면 종은 분리되어 다른 종이 된다. 이것이 진화론이다.
1859년 찰스 다윈이『종의 기원』을 출간한 후 1년 뒤인 1860년 패트릭 매튜는『원예 연대기(Gardeners’ Chronicle)』라는 잡지에서 그 서평을 읽었다. 자신이 30년 전 제시한 개념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을 편지로 잡지에 알렸고 그것이 잡지에 실렸다. 이를 읽은 다윈도 잡지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패트릭 매튜씨가 기고한 글은 매우 흥미롭다. 나보다 오래 전에 먼저 통찰한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패트릭 매튜의 연구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패트릭 매튜는 억울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명함에 ‘자연선택 원리의 발견자(Discoverer of the Principle of Natural Selection’라는 문구를 넣어 다녔다. 찰스 다윈 이전에 이미 진화론은 알려졌다. 다윈이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다윈은『종의 기원』3판부터 패트릭 매튜의 책을 언급했는데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른다. 만일 다윈이 누군가의 연구결과나 아이디어를 인용 없이 자신의 것으로 발표했다면 표절(Plagiarism)에 해당한다. 학문의 세계에서 표절은 스스로 학문임을 포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표절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 갑자기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 저자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블랙’ 유머가 돌았다. ‘교수 집의 개는 1저자, 고양이는 2저자’가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패트릭 매튜는 1871년 다윈이 펴낸『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 대해 인간은 자연선택의 범위 밖에 있는 존재라고 비판하였다. 찰스 다윈이 평생 연구를 한 반면 패트릭 매튜는 그렇지 못하여 자신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인간도 진화론을 벗어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진화론하면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었다고 생각하며 거부감을 느낀다. 분명히 말 하건데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은 원숭이의 후손이 결코 아니며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도 다른 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인간이 속한 호모 속(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