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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3. 2024

모아이 석상 이스터 섬의 '새로운' 역사

‘많은 섬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폴리네시아는 육지 총면적이 약 2만 7000㎢로 작지만 1000여개 섬으로 구성돼있고, 태평양의 절반 이상에 걸쳐있다. 정치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원주민들은 유전적 동질성을 갖고, 문화, 종교, 언어도 유사하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남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믿었었다. 1947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 1914~2002)이 뗏목 콘티키(Kon-Tiki) 호로 남미 칠레에서 폴리네시아로 항해한 것도 남미 원주민들이 폴리네시아로 이주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의 탐험 성공으로 그의 가설이 한동안 받아들여졌지만 생명과학의 발달로 2000년대 초반 DNA 분석을 통해 폴리네시아인의 조상은 남미 원주민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2021년 폴리네시아인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밝혀졌다. 폴리네시아인 조상으로 알려진 대만 원주민과 동남아시아 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사모아제도였으며 이후 9세기에 쿡제도의 라로통가 섬, 11세기에 소시에테제도의 토타이테마 섬, 12세기에는 투부아이제도의 서부 투하아페 섬과 투아모투군도로 퍼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거대 조각상들로 유명해진 이스터 섬이라는 연구결과이다. 이스터 섬은 거대한 조각상으로 널리 알려진 섬이다.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은 기원전 수백 년경부터 폴리네시아에서 이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정착한 것은 기원 후 10세기경이다. 이들은 이곳에 수백 개의 모아이 석상을 세웠고, 1722년 유럽인들이 섬을 발견했을 때 주민은 3천여 명이었다. 거대한 석상 수백 개가 서 있는 것을 본 유럽인들은 과거 이곳에 훨씬 많은 인구가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구 급증으로 나무는 등 자원이 고갈되면서 문명이 붕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이스터 섬은 1600년경~1700년경 인구가 거의 70%나 감소했고,  살림 파괴로 인하여 야생 동물이 부족해지면서 인육을 먹게 되었다는 추측도 나왔다. 1961년에도 뉴기니의 오지에서 원주민에게 살해당해 먹혔다는 보도도 있다.


과거 연구를 보면 면적이 163.6㎢인 이스터 섬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일명 바위 정원(rock garden)이 4.9~21.4㎢나 있어, 여기서 생산되는 고구마 등으로 최대 1만7천 명의 주민을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바위 정원은 주먹 크기 돌과 깨진 돌, 바위 등을 토양 위에 겹겹이 쌓아 수분 손실과 영양분 침출,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을 막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 방식이다.


그러나 2024년 연구는 이런 설명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거대한 모아이(moai)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의 농업 시스템이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최대 4천명 미만이라는 연구이다. 과거 이 섬에서 인구가 급증하는 사건이 없었고, 인구 급증으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생태계 파괴로 인구와 문명이 붕괴했다는 기존 이론 역시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학이 가설이듯이 역사도 물론 언제나 가설이다. 어떤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o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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