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우주 Cosmo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Jul 01. 2024

‘보름’ 지구가 뜨는 달을 보면 우주가 보인다

‘보름’ 지구가 뜨는 달을 보면 우주가 보인다


1990년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밖으로 나가면서 지구를 촬영하였다(사진). 오른 쪽 중간 약간 위에 보일락 말락 한 희미한 점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비유하여 칼 세이건은 같은 이름의 책『창백한 푸른 점』을 썼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주의 외딴 시골구석에서 원숭이의 사촌으로 태어난 인간에게 유일한 기회는 광활한 우주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책『코스모스』를 통하여 은하단, 은하, 항성, 행성 등으로 구성된 우주에서 태양계의 지구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닌 변방임을 알려준다. 우주를 알아가는 인간의 여행은 인류가, 지구가, 그리고 태양이 코스모스의 중심이 아닌 변방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신의 저서『창백한 푸른 점』(2001년 번역출간)에서 우주선 보이저호가 찍은 희미하고 작디작은 지구 사진을 보고 이렇게 썼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념들, 독트린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이렇듯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은 인간이 이 우주에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선언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지구는 무한해 보이는 우주에 있는 작은 먼지 같은 곳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점의 일부를 차지하려고 피의 역사를 써왔다. 우리는 매일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을 본다. 보름달, 초승달과 그믐달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시와 문학이 되었다. 그것은 지구위에 박혀 사는 인간의 모습이다. 1968년 아폴로 8호가 달에서 찍은 ‘달’은 지구였다. 달에서 해가 지고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다음을 보라. https://science.nasa.gov/resource/image-earthrise/)은 지구에서 달이 뜨는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것이 우주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칼 세이건은『코스모스』에서 인간이 우주 앞에 선 먼지 같은 작은 존재임을 느끼는 막막함을 들려준다. ‘우리 은하에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수천억 개…’라는 말을 들으면. 우주의 거대함과 이해하기 어려운 경이 앞에서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우주를 ‘읽다가’ 너무도 초라함을 느끼며 막연하고도 왜소해짐을 느낀다. 그래서『코스모스』는 허무감에 대한 책이다. 늦가을 들녘에서 부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는 인간에게 코스모스는 카오스이다. 허무감이 점철된 인간의 흔들리는 삶도 그렇다. 이미 인류는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자신을 그리고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세운채로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이다. 

Image: Earthrise - NASA Science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