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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은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간 뇌 중 신 피질(neocortex)은 운동과 감각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담당한다. 이러한 신 피질의 기능은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신호를 받는 것을 상향흐름(bottom-up stream)이라 한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외부 지식이 들어오면 발화(fire)라 불리는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고 이 신호는 신경전달(화학)물질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 자신의 가진 생각의 하향흐름이 종합되어 나타난다. 인간의 뇌는 감각기관에 의해 입수된 정보를 암호화해서 저장했다 필요할 때 끄집어낸다. 그것이 기억이다. 과거의 경험 또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하향흐름은 전뇌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시상(thalamus) 영역이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억은 뇌에 있는 여러 신경세포나 뇌 부위가 만들어내는 신경회로에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뇌 부위 자체가 기억 저장소는 아니다. 뇌는 방대한 세포로 구성되어 서로 연관되어 조절되기 때문이다. 기억의 종류에 따라 해마, 피질, 기저 핵, 소뇌, 편도 체 같은 뇌 부위에도 저장될 수 있다. 


기억이 형성되고 회상될 때 뇌에서 어떤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포 수준에서는 엔그램(engram)이라는 뉴런 집합체가 학습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기억 형성과 회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은 뇌 신경세포(neuron)의 활동으로 설명된다. 


2005년 칼 다이서로스(Ksal Deisseroth)가 개발한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과 유전자를 이용해 특정 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2012년 광유전학을 이용해 기억 정보가 특정 신경세포 무리에 저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세포 무리는 ‘엔그램(engram) 세포’라고 명명되었다. 그리고 동물의 특정 기억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나아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동물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였다. 


2018년 기억이 저장될 때 엔그램 세포뿐 아니라 그들을 서로 연결하는 시냅스 구조들도 증가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기억 정보가 엔그램 세포 자체가 아니라 그 세포들 사이의 시냅스에 저장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특정 시냅스만을 제거했더니 이미 저장되었던 운동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여 시냅스가 엔그램의 단위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도널드 헤브(Donald Olding Hebb, 1904~1985)는 1949년『The Organization of Behavior』이라는 책에서 기억이란 세포들 간의 연결성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뇌에 들어온 정보로 신경세포의 활성이 증가한 상태가 지속되려면 시냅스를 통한 신경세포 간 연결성이 증가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시냅스를 통한 신경세포 간 연결성의 증가가 곧 기억의 저장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공했다. 연구에 의하면 토끼의 해마에 특정한 자극을 주면 해마 신경세포들의 시냅스 활성이 증가 상태로 오래 유지된다. 


2024년 뉴런뿐만 아니라 성상세포(astrocyte)도 기억의 저장과 검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상세포 집합체가 활성화되면 뉴런 엔그램의 시냅스 활동이나 통신이 자극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17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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