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수원에서 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평소 우울증도 없었고 가족과 친구관계도 좋았다. 다만 학교에서 1등급을 유지하던 학생이 최근 3등급까지 성적이 떨어졌다. 수험생의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은 무겁다. 정말로 우울증이 없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성적 하나로 자살하는 것은 안타깝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우울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것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그렇다. 부모가 자녀의 우울증이나 감정보다는 성적에 집중하는 탓에 우울증은 가려져 있다.
“부모는 청소년의 늦잠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명령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녀가 늦잠을 자면 이를 받아들이고 격려하고 권장해야 한다. 자녀가 수면 부족으로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Why We Sleep』(2017)을 쓴 매튜 워커(Matthew Walker)가 한 말이다. 수면 시간은 두뇌발달과 학습 효과와도 관련이 있지만, 잘못되면 정신병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규칙적으로 충분하게 자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다. 또한 일관된 수면 루틴은 아이의 감정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상황에서 감정과 행동을 더 잘 통제한다. 매일 밤 취침 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아이일수록 행동과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https://journals.lww.com/jrnldbp/fulltext/9900/associations_between_sleep_health_and_child.221.aspx
수면부족은 정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고 1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한다. 어쩌면 수면부족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이지만 수면부족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있다. 우리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것도 수면 시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무모한 입시경쟁으로 아이들을 불행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고 있다.
2023년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도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적정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최대 3.74배 높다. 우리나라 사람의 우울증은 2009년 4.6%에서 2018년 8.4%로 증가했다.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27분에서 7시간 8분으로 19분 감소했고, 수면이 부족하다고 인식한 사람의 비율은 30.4%에서 44.3%로 늘어났다. 2009년과 2018년 모두 7~8시간 적정 수면을 취한 사람의 우울증 비율이 가장 낮았다. 5시간미만 잔 사람은 7~8시간 잔 사람보다 3.08~3.74배 높았다. 9시간 이상 잠을 자도 1.32~2.53배 높아져 적정 수면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각종 육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며 수면부족에 시달리면서 받는 고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