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없는 단세포생명도 지능이 있다
한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점으로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은 이성이 있고 학습하는 존재로 동물은 본능에 의하여 산다는 식이다. 인간은 도구를 쓰고 의식과 자각이 있고 문화를 가지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달팽이도 학습을 한다. 피리새는 도구를 사용한다. 돌고래는 언어를 사용한다. 개도 의식이 있다. 일본원숭이는 문화적 기술을 전수한다.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의 죽음을 슬퍼한다. 개를 키워본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보통의 개가 꿈을 꾸며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사람들 개개인을 알아본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19 펜데믹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코로나19라는 ‘미물’ 바이러스 하나에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 수십억 인간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했고, 학교는 문을 닫았고 해외여행도 중단되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은커녕 바이러스와 생존 경쟁을 벌여야 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IQ가 6점, 후유증이 없더라도 감염됐던 사람은 IQ가 3점 낮다. 후유증이 심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사람은 미감염자보다 9점이나 낮았다. 이 연구를 한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지능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다. 롱 코비드 인지 문제가 영구적이지 않다. 후유증이 1년 이상 이어졌더라도 회복된 사람은 후유증이 짧았던 사람과 비슷하다. IQ는 85~115점 정도를 평균 지능으로 보는데 3~6점 변화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지능은 ‘생존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코로나19를 보면 바이러스는 인간 못지않은 생존 지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살아남았지만 인간은 2년간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를 일으키며 더 빨리 퍼지는 생존 지능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과거에도 수많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목숨을 수도 없이 빼앗아 갔지만 인간은 거의 저항하지 못했다. 바이러스도 인간만큼이나 생존능력 면에서는 뛰어나다.
바이러스는 고등동물처럼 뇌가 있거나 신경세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이를 일으키며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학습은 뇌와 신경계가 있는 동물만 가능하다고 보아왔다. 뇌는커녕 신경세포도 없는 바이러스가 적응 ‘학습’을 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학습은 습관화이다. 소음을 계속 들으면 점점 무감각해지는 ‘습관’이 생긴다. 갑자기 소음이 없어지면 그제야 알게 된다. 이처럼 자극에 반복적 또는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그에 대한 반응이 줄어드는 것을 습관화(habituation)라고 한다.
신경세포가 없는 단세포동물(섬모충. Stentor roeselii) 등에서 습관화 징후가 발견되면서 세포도 습관화 학습을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단세포 생물이 학습한다는 것은 뇌나 뉴런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분자 네트워크가 있음을 의미한다. 2024년 단세포 생물이나 단일 세포도 습관화 행동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포가 유전자 지시만 따르기보다 학습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생명은 처음부터 지적능력을 갖추고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4)014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