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진화(reverse evolution)란 진화의 흐름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것도 진화이다.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새의 조상은 공룡인데 새를 역 진화시킬 수 있다면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진화는 일방통행이며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돌로(Louis Dollo, 1857~1931)의 진화 비가역의 법칙(law of irreversibility)은 진화생물학계에 뿌리 깊은 ‘가설’이었다. 하지만 오류였다.
빗 해파리라고도 이름에 해파리가 있지만 정작 해파리와는 다른 종으로 유즐동물(有櫛動物, comb jelly)이다. 바다에 사는 무척추동물로 100~150종이 알려져 있다. 몸 전체에 빗 모양의 띠가 있는 빗 해파리는 띠에서 빛이 나온다. 빗 해파리뿐만 아니라 몇몇 다른 해파리 종류들도 빛을 내는데, 몸에 빛을 내는 특별한 단백질이 들어있다. 빛을 내어 먹이를 유인하거나 방어목적으로 또는 소통하거나 짝을 유혹한다. 빛을 내는 생물은 세균에서부터 어류까지 널리 분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반딧불이다. 대부분의 발광생물은 바다에 산다.
1992년 ‘불멸의 해파리’로도 불리는 홍해파리(Turritopsis dohrnii)의 발견했다. 홍해파리가 환경이 악화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애주기의 이전 단계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어른이 아이로 돌아간 것이다. 불멸이라는 표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역 진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홍해파리는 군체로 역 진화한다. 군체는 편모충류의 무리가 세포분열 후 각각의 세포가 분리되지 않고 원형질의 일부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빗해파리(Comb jelly)도 굶주리거나 다치면 성체에서 유충으로 역 진화한다. 유충은 적은 양의 먹이로도 생존이 가능하다. 굶주린 경우 약 15%, 다친 경우 약 40%가 역 진화했다. 빗해파리는 하나의 개체가 하나의 유충으로 역 진화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에도 불구하고 빗해파리의 개체 수 증가하는 원인일 수 있다. 고래도 역 진화를 하였다. 바다에서 살던 동물이 육지로 진출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것이 고래이다.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동물의 다리로, 다시 지느러미 같은 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진화는 방향이 없으며 진보도 퇴보도 모두 포함된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11499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