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선구자 2700만 년 전 개미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 해 지역에 사는 개미 중 약 250종의 개미가 오래 전부터 균류 농사를 지어왔다. 특정한 개미는 특정한 균류와 공생하며 진화해왔다. 균류는 버섯이나 곰팡이와 같은 생물로 주로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며 산다.
중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잎꾼개미는 땅속에서 주름버섯과에 속하는 균류(Leucocoprinus gongylophorus)와 공생하며 땅속에서 균류 농장을 운영한다. 이 균류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개미는 식물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형 개미 집단을 살린다. 큰 일개미는 외부 침입자를 막는다. 중간 크기의 일개미는 예리한 턱으로 나뭇잎을 잘라 땅속으로 운반하고 낙엽 등을 치워 길을 정돈한다. 작은 일개미는 땅속에서 나뭇잎을 비료로 만든다. 잘게 씹고 배설물을 섞어 바닥에 깐 뒤 균사를 심는다. 균사가 자라는 동안 먹기 좋은 동글동글한 형태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물질을 내놓는다. 균류 정원은 지하의 축축하고 어두운 땅속에 있어 곰팡이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잎꾼개미는 오랜 기간 농업을 하며 방어 전략을 갖도록 진화했다. 몸 표면에서 나오는 항생 물질로 땅속에 침입하는 병충해를 제거하며 균류를 보호하고 병해충에 감염된 균류를 골라내 농장을 안전하게 가꾼다.
개미와 균류의 공생관계는 약 6600만 년 전부터 시작됐다. 소행성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햇빛이 차단되면서 많은 식물이 멸종했다.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균류가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다. 개미가 균류를 완전히 길들이기 시작한 건 빙하기가 시작되던 약 2700만 년 전이다. 기후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잎꾼개미가 균류를 땅속에서 기르기 시작했고 균류 또한 야생에서 자라는 다른 균류 종과 분리되면서 개미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었다. 당시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어 곰팡이를 건조한 서식지에서 재배했다. 곰팡이는 개미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다.
인간도 기후변화로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농사를 시작했다. 약 1만 년 전부터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온화해지면서 인구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아프리카와 유럽(Afro-European) 지역에서 인구 증가의 압력이 컸다. 그러나 빙하가 녹아 바다 수면이 높아지고 육지가 줄어들면서 ‘자연’ 자원에만 의존한 수렵채취 경제로는 필요한 식량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기후가 점점 건조해지고 자연에서 자라는 야생 곡물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동물의 규모도 줄어들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수렵과 채집에 의한 지구의 인간 수용능력(carrying capabilities)은 약 8백6십만 명(열대 초원은 5백6십만, 온대 초원은 5십만)으로 추정된다. 결국 인구밀도의 증가를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에 의한 사냥과 채집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게 되면서 자원의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지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식물과 동물을 기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채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