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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어려운 ‘뮤온’ 실험과 우주


표준모형에 따르면 자연계는 쿼크 6개, 렙톤 6개, 이들의 매개 입자 4개 등 16개 입자에 힉스 입자를 더해 총 17개의 기본 입자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중 뮤온은 렙톤에 속한다. 뮤온은 전자처럼 전하를 띤 우주의 기본입자로 전자와 전하량은 같지만 질량은 약 207배 무거워 불안정하다. 수명이 약 2.2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에 불과하다. 고에너지 양성자 입자를 충돌시킬 때 발생한다. 1936년 우주선(cosmic rays)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뮤온은 자기장 안에서 회전하는 팽이처럼 흔들리는데 이때 진동하는 속도는 뮤온의 자성과 관련된 특성을 나타내는 ‘g'값으로 표현된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전 세계 입자물리학 실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역으로 계산해 g값을 약 2로 추정했다. 표준모형 이론대로라면 강력한 자기장 속에 있는 뮤온의 자석 축이 흔들리는 정도(g값)를 계산했을 때 그 값은 ‘2’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 물리학자들은 이론에서 예측한 g값이 실제 실험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g-2' 실험을 시작했다. g-2는 실험에서 측정된 g값이 기준인 2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표현하기 위해 정의된 값이다.


1990년대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BNL)에서 지름 약 15미터의 고리모양 자석 내부에서 뮤온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하도록 하는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고리 가장자리에 설치한 검출기로 뮤온의 진동을 기록하면 진동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뮤온의 자성을 측정할 수 있다. 당시 실험을 통해 측정된 g-2값과 이론 예측 값의 오차가 확인되면서 뮤온의 자성에 영향을 주는 알려지지 않은 힘이나 입자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2013년에 물리학자들은 더 정밀하고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페르미랩(Fermilab)으로 실험 장비를 옮겨 실험을 이어갔다.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가 표준모형을 뒤흔드는 뮤온 실험 결과를 2021년에 내놨다. 실제 뮤온의 g값은 예측 값인 2보다 약 0.1% 컸다. 이는 뮤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진동한다는 뜻이다.


2023년 더 정밀한 데이터를 활용해 증거의 정확성을 높인 실험결과를 냈다. 그 결과 뮤온의 g값은 2.00233184110으로, 표준모형에 따른 g값인 2.00233183620보다 컸다. 이는 2021년 실험 결과 도출된 g값과 비슷한 정도의 오차다. 미지의 다른 입자나 힘이 작용해 뮤온에 자성이 더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페르미연구소는 이번 실험 결과가 표준 모형의 예측과 배치된다고 확정적으로 결론지은 건 아니었다. 페르미연구소는 더 세밀하고 정확한 뮤온 g값을 측정하기 위해 2025년까지 실험을 지속할 예정이었다.


2025년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또는 Fermilab)에서 진행된 뮤온(muon)의 실험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발표된 최종 g-2값은 수백억 개의 뮤온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된 0.00233184141이다. 이로써 기존 이론적 예측 값과 실험결과 값에 오차가 있음이 더 명확해졌다. 하지만 뮤온의 자성이 표준모델에 부합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된 표준모델의 이론적 예측 값보다 정확한 시뮬레이션 기반의 이론적 예측 값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론적 예측 값이 달라져 오차가 사라진 것이다. 뮤온의 자성이 이론적 예측과 일치함에 따라 새로운 입자나 힘을 설명하는 이론은 필요 없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결과는 아직은 학술지에 게재되지는 않았다.

https://arxiv.org/abs/2506.0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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