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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으로 입증되는 우주론(블랙홀 이론)

관측으로 입증되는 우주론(블랙홀 이론)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별 표면에서의 탈출속도는 그 별의 밀도에 비례한다. 1783년 존 미첼(John Michell, 1724~1793)과 1796년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 1749~1827)는 별의 밀도가 어느 단계 이상 높아지면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빛이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과 같은 천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빛의 속도는 이 천체들이 중력을 빠져나올 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1916년 슈바르츠실트 측정(Schwarzschild metric) 또는 슈바르츠실트 해(Schwarzschild solution)는 구형 대칭이고 대전되지 않고, 회전하지 않으며, 정적인 질량 분포를 나타내는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의 해이다. 이 해로 나타나는 회전하거나 대전되지 않는 블랙홀을 슈바르츠실트 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이라고 한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이런 해가 매우 불안정해 물리적으로 실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920~1930년대에는 블랙홀과 같은 천체가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논의가 이어졌다. 1939년 오펜하이머(Julius R. Oppenheimer, 1904~1967)와 그의 제자 스나이더(Solomon H. Snyder)는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이 별이 중력 수축을 진행하여 중심에서의 질량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특이점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수학적인 것이 아니라 실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1965년 로저 펜로즈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는 특이점이 반드시 생성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이점, 즉 블랙홀은 자연에서 중력 수축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는 천체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약 50년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에 워너 이스라엘(Werner Israel)과 브랜던 카터(Brandon Carter)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블랙홀의 특성이 세 가지 물리량으로 완전히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블랙홀의 질량,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그리고 전기전하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물리량이 결정되면 내부 배열도 단 하나로 경정된다. 거시적 특성이 같으면 미시적 특성도 같다는 의미이다. 블랙홀에는 엔트로피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963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회전하는 블랙홀을 발견한 뉴질랜드 수학자 로이 커(Roy P. Kerr)가 정립한 무모 정리(no-hair theorem)는 블랙홀이 ‘복잡한 특징(hair)’은 다 잃고 질량, 스핀, 전하 등 세 가지만으로 설명되며 그밖에 블랙홀을 구분하는 특성은 없다는 이론이다. 실제 블랙홀은 전하를 거의 갖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질량과 스핀의 두 가지 특성만으로 설명된다(A black hole is characterized only by its mass and spin).’ 호킹의 ‘면적 정리(area theorem)’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 2개가 합쳐질 때 사건지평선의 면적은 줄지 않는다(The surface area of the event horizon does not decrease when two black holes merge.).’ 사건지평선은 블랙홀을 둘러싼 경계로 사건지평선 안쪽에서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


2015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블랙홀 병합 중력파를 탐지했으나 당시에는 최종 링다운(ring down) 신호가 너무 희미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링다운(ring down)은 블랙홀 병합 후 안정될 때 생기는 파동 패턴을 말한다. 이후 10년 사이 장비와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 밀리 초 단위의 섬세한 파동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중력파 연구 장비의 성능 향상 덕분에 블랙홀이 충돌하는 전 과정을 추적해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예측한 이론을 입증했다. 블랙홀 충돌과 이후 안정된 상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분석했다. 이론적 예측을 실제 관측 데이터로 검증한 것이다. 2025년 1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가 포착한 블랙홀 병합 신호를 정밀 분석했다. 2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링다운(ringdown) 신호를 분리하고 별도로 분석했다. 병합 후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관측한 링다운 파동의 주파수와 사라지는 속도를 분석한 결과 블랙홀의 질량과 스핀으로 예측된 값과 정확히 맞았다. 무모 정리(no-hair theorem)가 관측을 통해 검증된 것이다. 병합 전후 블랙홀의 크기를 비교한 결과 면적이 줄지 않고 증가했다.

https://link.aps.org/doi/10.1103/kw5g-d732


이번 연구는 우주의 생성 원리와 천체의 진화, 블랙홀 등에 대한 연구가 실제 관측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단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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