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의 저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15~2002)은 기회균등이란 ‘사회의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 타고난 재능과 능력, 잠재력을 지능에 상관없이 최대한 발전시킬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태어난 나라 영국은 1870년 무상 공교육을 시작했다. 1944년에는 교육법을 개정하여 중등학교를 귀족 학교(대학 진학 목표)와 서민 학교(직업 교육)로 나누었다. 이 책이 출간된 1958년에는 교육 평등화와 기회 균등이 확대되었지만, 중등학교에 들어가는 11세에 인생이 결정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대안으로 미국식 종합학교가 도입된 뒤에도 명문 사립학교와 서민학교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다.
개인의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도 사회전체의 학습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득불평등은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계층이동을 차단하고 고착화시킬 수 있다.
가난하면 교육을 잘 받을 수 없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면 또 가난해진다. 이것이 세대를 거치며 반복된다면 인간의 역사는 불평등의 악순환일 것이다. 사회 전체적인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동기를 제공하지만 지나친 소득 불평등은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역기능이 나온다. 불평등은 인간역사 내내 지속된 현실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혁명이 발발했지만 전혀 불평등을 완화시키지 못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이다.
빈부격차가 학력격차에 미치는 영향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점에서는 최악의 나라 중 하나이다. 수리과학 성취도 연구(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 TIMSS)는 중학교 2학년의 수학과 과학 성취도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비교하고 그 변화를 파악하여 정보를 제공한다. 46개국 13살 학생들의 시험의 수학 성적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을수록 성적이 좋았다.
1999~2007년 사이 부유한 가정의 학생성적은 올라가는 반면 불우한 학생들의 성적은 점점 내려갔다. 가장 잘사는 0.1%와 가장 불우한 0.1%의 점수의 격차는 1999년에 155점이었지만, 2007년에는 192점까지 벌어졌다. 미국도 부유층의 성적이 좋았지만, 그 격차는 우리나라보다 적다. 상·하위 0.1% 학생들의 점수 차이가 1999년 103점에서 2007년 107점으로 완만하게 늘었다. 또 상위 0.1%의 성적이 29점 오르는 동안, 하위 0.1% 학생의 성적도 25점 늘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불평등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2년에서 2019년까지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주에서의 학업성취도가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소득불평등이 학생들 전체의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린 것이다. 특히 소득불평등은 10대 청소년의 수학성적에 직접적이고도 강한 영향을 주었다. 읽기능력 등의 분야에서도 소득불평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수학점수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면 지위 불안과 사회적 비교가 심화돼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뇌와 다른 기관에 부담을 주어 신경 발달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2025년 연구는 그 증거를 보여준다. 사회적 불평등이 어린이의 뇌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이다.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라 부유층 가정 아동 모두에게서 뇌 발달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뇌 피질 표면적이 감소하고 영역 간 연결성이 변화한다. 또한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 건강 지표도 악화된다. 또 뇌에서 관찰된 일부 구조적 변화는 기능적 변화와 연결됐고 이는 다시 정신 건강 악화로 직결된 것이다. 불평등을 줄이는 일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공중 보건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4220-025-005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