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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과 우주의 다섯 번째 힘



항성과 가까운 행성일수록 강한 힘을 받아 항성 주변을 빠르게 돈다. 별도 은하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더 빠르게 공전한다. 그런데 별의 공전 속도가 과학자들의 계산과 달랐다.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심에서 멀어져도 공전 속도가 비슷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이 은하의 공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주에 인간이 만질 수도 관측할 수도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주장은 193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가 아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4.9%에 불과하다. 반면, 암흑물질은 우주의 2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유령 물질’이라고도 부른다. 우주의 26.8%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암흑물질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하지 못한다. ‘물질’인 만큼 우리가 아는 다른 물질처럼 질량이 있다. 지금까지 학계는 암흑물질도 보통 물질처럼 중력에 지배된다고 봤다. 하지만 중력에 더해 미지의 다섯 번째 힘이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는 속속 등장하지만, 다른 물질에 반응하지 않다 보니 암흑물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우주론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암흑 물질은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지 않을 거라 알려져 있다. 서로 부딪치더라도 그 어떤 열도 에너지도 주고받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가버린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있다. 두 개의 거대한 은하단이 충돌하고 있는 총알 은하단이다. 총알 은하단의 뜨거운 가스 물질과 암흑 물질의 분포를 그려보면 크게 어긋나있다. 가스 물질은 서로 충돌을 할 수 있는 입자들이기 때문에 충돌 현장 한가운데에 쌓일 수 있다. 하지만 암흑 물질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뚫고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총알 은하단의 가스 물질은 중심에 높은 밀도로 반죽되어있지만 암흑 물질은 양 옆에 동떨어져 있다.


2025년「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암흑물질도 ‘보통’ 물질과 같은 운동 법칙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과 마찬가지로 오일러 방정식(Euler's equations)이 예측하는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오일러 방정식은 점성력(viscous force)을 고려하지 않고 중력과 같은 외부 힘으로 유체의 운동을 표현한 방정식이다. 즉 암흑물질이 중력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힘의 영향은 매우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엔 중력의 최대 7%,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엔 중력의 최대 21%이다. 없는 것은 아니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아무튼 무언가 잘못된 것은 확실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5100-8


베라 루빈 천문대(Verra C. Rubin Observatory)의 대형 광학 탐사망원경(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 LSST), 미국 암흑물질 분광기(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DESI) 등 차세대 관측 프로그램으로 더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진다. 대형 광학 탐사망원경은 우주를 반복 촬영해 은하 위치와 밝기 변화를 민감하게 잡는다. 암흑물질 분광기는 스펙트럼 분석으로 은하까지 거리와 속도를 정밀 측정한다. 이 장비들이 본격 가동되면, 다섯 번째 힘이 중력의 2% 수준만 돼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론은 앞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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