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방향은 무작위적이기만 할까



모든 생명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들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모든 생물들은 약 40억 년 전에 생겨난 공통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통일성이라고 말한다. 현존한 생물 종들 사이의 분기 및 차이점은 집단의 특징이 환경변화에 대한 반응(자연선택이라는 과정)과 우연 두 가지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이들 개념은 모든 생명과학의 기저를 이루며 진화론이라고 한다. 진화의 과정은 환경변화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상호 작용하여 나타난다.


진화는 변이와 자연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DNA 중합체 효소가 복제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러나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돌연변이율이 너무 높으면 40억 년 동안 쌓아온 진화의 탑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미래의 환경변화에 적응할 새로운 종이 모자란다. 생물의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필요로 한다.


생명에게 나타나는 변이는 우연적이다. 유전자에 변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양자세계의 불확실성과 우연성과 같이 우연적이다. 양자세계에 대하여 말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돌연변이에도 적용된다면 우리 인간과 생명의 진화는 전적으로 우연에 의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 능력(evolvability. 진화가능성) 그 자체를 갖게 됐는지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진화 가능성은 새로운 환경이 닥쳤을 때 유익한 변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진화는 보통 임의의 변이의 누적으로 발생하며 그 방향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시계를 되돌리면 지구상 생명체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아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시뮬레이션 연구에 의하면 생명체가 가진 유전자(설계도)가 표현형(실제 모습)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결정하는 ‘지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환경이 변하면 생명체의 지도는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적응 방향으로 변이를 집중시키는 변이 편향(mutational bias)을 나타낸다. 즉, 진화는 완전히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생존에 유리했던 경로를 기억하고 그 방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한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519469122

매거진의 이전글「사이언스」발표 ‘사헬란트로푸스의 직립보행’의 독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