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녀 차이가 뇌의 기능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2024년 나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활성화되고 자기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분인 기본 모드 네트워크와 학습·보상에 반응하는 방식에 관여하는 선조체, 동기·감정·학습·기억 등에 관여하는 변연계 네트워크 등에서 유의미한 성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언뜻 보면 마치 남녀가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차이가 유전적 요인인지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연구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나 포유류나 성별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쥐의 경우에도 서로 다른 유전자가 발현된다. 2019년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별로 고유한 세포 유형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거 연구에 의하면 모든 척추동물 뇌에는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있고, 시상하부의 특정 영역(Ventrolateral Subdivision of the Ventromedial Hypothalamus, VMHvl)은 공격성과 짝짓기 행동을 조절하는 세포를 가지고 있다. 쥐의 경우 수컷 쥐에 있는 뇌세포 유형과 암컷 쥐에서만 볼 수 있는 유형의 뇌세포가 있다. 이 같은 성 고유의(sex-specific) 뇌세포들은 공격성과 짝짓기 행동을 지배하는 뇌 영역에 있다. 암컷과 수컷 포유류의 뇌 사이에는 유전자 발현은 물론 세포 구성 수준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쥐의 이 영역을 강하게 자극하면 공격성을 띠었고 약하게 자극하면 짝짓기 행동을 한다. 이 작은 뇌 영역 안에 17가지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이 존재한다. 17가지 세포 유형 가운데 일부는 암컷보다 수컷에 더 많이 존재하는데 비해, 다른 일부는 암컷에서만 발견됐다. 처음으로 포유류의 뇌에 성 고유의 세포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런 다른 유형의 세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인간 남녀의 차이는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선천적인 요인도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뇌 성장의 차이가 주로 임신 후기(임신 28주 이후)에 관찰된다. 2026년 연구에 의하면 성별에 따른 뇌 성장 방식의 차이는 임신 중기(임신 13~27주)부터 나타난다. 남아의 뇌는 여아에 비해 발달 과정에서 뇌 전체에 걸쳐 부피가 더 크게 증가한다. 뇌의 성별 차이는 임신 중기부터 서서히 다른 발달 경로를 따라 누적되어 나타나는 과정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33981-w
이러한 몇 가지 연구를 근거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이해하는 것은 오류이다. 물론 오랜 역할 차이로 인하여 일부 유전적 변이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유전자가 다른 것이 아니라 화성과 금성의 환경차이에서 생긴 것이 더 크다. 이미 남녀의 수학적 능력 차이마져도 환경적인 요인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