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 공동저자 AI의 활약


1980~2025년까지 45년간 발간된 4130만 편의 과학논문을 분석한 결과 AI를 쓰는 과학자는 3.02배 많은 논문을 출판하고 4.84배 많은 인용을 받았다. 연구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는 시기는 1.37년 빨랐다. AI를 활용하지 않는 연구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동아사이언스, 2026.2.28.). 에이드리언 바넷(Adrian G. Barnett) 호주 퀸즐랜드공대 교수는 2026년 1월「네이처」기고문에서 ‘논문 출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현재 논문출간 시스템을 ‘폭주하는 기차’라고 표현했다. “2024년 펍메드(PubMed)에 올라온 논문만 170만 편이었고 2014년엔 120만 편이었다. 이는 지속 불가능한 증가세이다.” 한편 AI가 비영어권 연구자들의 언어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AI 도입 이후 언어가 성과를 결정짓던 패턴이 무너지고 있다.


소수의 ‘스타’ 논문에 인용이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인용 수 상위 20% 논문이 전체 인용의 80%를, 상위 50% 논문이 전체 인용의 95%를 차지했다. AI 논문들은 특정 상위 논문에 인용이 집중되는 경향이 훨씬 강했던 것이다. AI를 이용한 연구는 다양성이 떨어진다. 위험이 큰 미개척지보다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데이터 집약적인, 검증된 주제에 쏠린다. 연구자 간의 상호 교류는 22%나 낮았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기보다 특정 인기주제에만 머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지적 ‘근친교배’라고도 부른다. 과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보다 부분적인 최적화에만 갇힐 수 있다. ‘자동화된’ 과학에 머물 수 있다는 말이다. AI의 양산 논문으로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 저자의 ‘이름’에 기대서 논문을 보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 ‘신인’ 연구자들의 좋은 논문이 나오면 의심부터 하게 될 것 같다. AI가 쓴 논문만 받는 저널이 생겼고 한 줄이라도 AI가 개입하면 게재 자체를 거부하는 저널도 나타났다. 논문 ‘검증’은 AI 시대의 최우선 과제이다. AI의 존재를 인정하되, 논문을 검토하고 출판하는 동료 연구자들이 사후 검증을 더욱 치밀하게 해야 한다(동아사이언스, 2026.2.28.).


‘느린 과학(slow science)’의 목소리가 나온다. 느린 과학은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문화다. 논문 편수, 인용 횟수 등으로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대신, 연구의 깊이, 사회적 기여, 학문적 정직성을 중시한다. 느린 과학이 성공하려면 미국이 채택해야 하는데, 그럼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권을 뺏길 수 있다. 과학계는 갈림길에 섰다. AI를 업고 가속하는 빠른 과학, 아니면 학문적 정직성을 추구하는 느린 과학의 양 갈래다. AI를 이용한 연구는 인간의 연구와 구분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물론 AI 탄생 이전으로 과학 연구계가 되돌아갈 순 없다. AI가 주도하는 질서는 이제 막을 수도, 이미 돌이킬 수도 없다(동아사이언스, 2026.2.28.).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922-y


매거진의 이전글아기와 자녀에게 독약이 되는 ‘그’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