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는 어미의 형질을 이어받지만 변이도 나타난다. 쉽게 말해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합계와 다르다. 이것이 변이이다. 변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진화로 그리고 종 분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수컷과 암컷 간의 번식 즉 ‘섹스’를 행한 최초의 생명체는 약 10억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짝짓기를 통해 번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사실 짝을 찾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짝짓기를 하면 유전자의 반만 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유성 생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생명계에 섹스가 생긴 것은 병원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가 같은 동물들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의 좋은 먹이가 된다. 병원균이 생명체의 결정적 약점부위를 인식하고 나면, 병원균은 하나의 개체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그 개체군 전체를 휩쓸어 버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섹스를 통해 번식하는 종은 다양한 변이를 가진 개체군과 개체를 형성하며, 꾸준히 유전자의 구성을 바꾼다. 따라서 병원균은 유전자가 각각 다른 종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섹스 없이 증식하는 박테리아도 유전자가 손상되어 불리해지면, 유전자 교환을 통해 형질을 다시 개선하도록 노력한다. 2019년 말 코로나19 팬데믹에 인류가 살아남은 것은 백신의 힘도 작용했지만 유전적 다양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백신도 유전적 다양성으로 인류 중 지능이 뛰어난 과학자들이 개발한 것이다.
어떤 우렁이는 주로 섹스와 무관한 방식으로 자가 복제를 통해 증식한다. 그러나 서식지에 기생충이 출현하면 우렁이들은 곧장 섹스로 전환된다. 섹스로 가득 찬 세계가 만들어진 것은 아마 병원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단성생식은 돌연변이(mutation)의 누적으로 개체와 종의 유지에 치명적이다. 2026년「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된 논문이 이점을 명확히 해준다. 복제(cloning)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 세포, 또는 DNA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체세포의 핵을 꺼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하는 핵이식(nuclear transfer) 기술을 이용한다. 문제는 복제를 거듭할수록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는 점이다. 포유류를 복제로 계속 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유성생식을 해야만 종을 유지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한 마리의 생쥐에서 시작해 20년간 58세대에 걸쳐 연속 복제를 수행한 결과이다. 원인은 DNA 돌연변이(mutation)의 누적이다. 복제로 쌓인 유전적 오류는 유성생식을 통해 일부 회복할 수 있다. 복제 생쥐를 수컷과 교배시켜 유성생식으로 낳은 자손은 태반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손자 세대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유성생식으로 인한 감수분열과 수정 과정이 복제 중 쌓인 유전체 이상을 일부 정상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69765-7
섹스가 출현한 것은 생명계가 계속 발전해 가는 데 지극히 중요했다. 섹스는 늘 움직이게 할뿐만 아니라 참으로 엑기스 중의 엑기스만 생존하도록 한다. 섹스를 통한 생식은 진화를 촉진시켰다. 섹스에 의한 번식의 출현으로 촉발된 진화속도의 증가는 그렇게도 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문화도 그 위에 건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