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과학적으로 키스하기



일단 ‘과학적으로’라는 단어는 썰렁하다. 키스는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키스하기’는 어쩌면 필자가 처음 한 말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이 있으니 ‘함부로’ 인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미 썼을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호주 남단의 한 도로(Great Ocean Road)는 청혼 장소로도 유명하다. 호주 젊은이들이 해안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가 파도가 출렁이는 바위 앞에 선다. 거친 바람과 파도를 등진 채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미는 청년과 깜짝 놀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처녀가 보인다. 둘러싼 친구들이 박수를 치며 그들의 키스를 사진에 담는다. 그러나 그 키스의 맹세는 얼마나 오래 갈까. 그들의 맹세는 세월과 함께 풍화될 것이다. 그 또한 자연에 속한 일이다. 즉 과학이다.


인간은 첫 키스, 첫 아이, 첫 사랑, 첫 고백 같은 일을 평생 잊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을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몸의 ‘한’ 단백질이 하는 역할이다. 우리의 의식 활동의 이면에는 늘 뇌가 존재한다. 키스는 사랑의 행위이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엄마의 아기사랑에서도 나타난다. 엄마의 아기사랑도 예쁜 아이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과 관찰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 144명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예쁜 아기를 낳은 엄마가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아기를 안아주고 키스했다. 


사춘기의 사랑은 손을 잡고 첫 키스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일련의 화학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 변화는 키스 1(Kiss-1)이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의해 시작된다. “사춘기는 키스와 함께 시작된다.”라는 표현도 있다. 이러한 유전자가 없다면 키스는 불가능하다. 이 유전자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도시 허쉬의 연구자들에 발견되었다. 그 지역의 유명 상품인 ‘허쉬 키스 초콜릿’에 따라 명명되었다. 키스 1 유전자 체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춘기를 겪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진화 생물학자들은 키스가 상대방이 자신의 편인지 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서로 냄새를 맡았었던 인간 조상들의 행동이 진화한 결과로 본다. 물론 인간은 지금은 상대방의 냄새를 맡으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키스가 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키스를 하는 동안 나오는 도파민, 엔도르핀 등의 신경 전달 물질들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높여준다. 낭만적 키스는 문학일 뿐만 아니라 과학이다. 비록 키스로 인한 느낌이 호르몬의 작용임을 알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즐긴다.


키스는 인간의 보편적 행동이다. 키스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 걸쳐 보편적으로 행해졌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보노보노와 침팬지도 키스를 한다. 성적인 의미의 키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 전 1천 500년 경 인도의 문헌이었다. 2023년 기원 전 약 2천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적어도 4천500년 전부터 사람이 친밀함과 성적인 애정 표현을 위해 키스를 했다는 의미이다. 키스는 가족 간 친밀함이나 존경을 나타내는 행동과 연인 부부 간 성적인 행동의 두 가지로 구분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다. 키스도 이제 과학이 되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f0512


키스는 이제 중동 등 일부 ‘종교혁명’을 겪지 않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보편적인 사랑행위이다. 2014년도의 얘기이지만 연애경험이 많은 한국 여성의 30%는 첫 만남 때 입맞춤이나 키스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5%, 일본 1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조사대상 여성들의 연애 경험 횟수는 평균 14회이다. 첫 만남서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응답비율도 서울 12%, 상하이 1%나 도쿄 9%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2014.12.24.).


키스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키스를 하는 사람은 생각만 해도 웃긴다. 왜 그럴까. 2016년 심리학자들이 키스 중 눈감는 행위에 대해 과학적 이유를 밝혀낸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떤 특정 행위에서 눈을 감아야 더 몰입이 잘 되는 이유, 즉 촉각과 시각 간의 반비례적 상관관계가 규명된 것이다. 키스 할 때 촉각에 더 민감해지기 위해서는 뇌의 시각 기능을 꺼야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오감 인지력에 있어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한 번에 처리하기 어려운데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상반관계는 키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아도취 춤을 출 때도 눈을 감고, 와인 등 맛을 음미할 때도 눈을 감는 경우가 있다. 촉각, 후각 등의 감각에 몰입하고 싶을 때 눈을 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네스북 최고령자 122세에서 130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