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사회

잘 사는 나라 죽기 좋은 나라

선진국은 어느 국가이던 달성하고 싶은 희망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대가 되면서 ‘선진국’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1964년 기구를 설립한 이래 새로이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국내 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990년 2.6%에서 2019년 12.2%로 증가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으로도 불린다.


일본은 196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여 1980년대까지 호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불황이 닥치며 일본사회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일본 의료인류학자 기타나카 준코의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일본은 1990년대 말 자살이 늘어났고 그 이유로 우울증이 지목되었다. 자살자도 급속하게 늘었다. 2000년 일본 대법원은 광고회사 덴쓰의 직원의 자살에 대해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의 결과라며 유례없이 큰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이후 소송이 이어졌다. 21세기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우울증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과로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우울증뿐만 아니라 자살도 최고치를 달성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죽기 좋은(?)’ 나라이다. 간병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임종 시 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환경을 가장 잘 조성한 국가로 꼽힌다. 세계 81개국의 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평가해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영국, 아일랜드, 대만 순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 호주, 코스타리카가 같은 점수를 받으며 총 6개 국가가 A등급을 받았다. 죽기 좋은 나라이다. 자살율도 세계에서 가자 높다. 자살률도 세계 1위이다. 1987~2017년까지 30년 동안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154%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하였음에도 근로자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과로가 심하고 자살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1세기 우리나라는 일부이겠지만 ‘헬 조선’이란 말이 범람하는 ‘셀프 혐한(嫌韓)’ 시대이다. 세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오징어 게임」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우리의 삶은 드라마처럼 하루하루가 투쟁이고 힘들다.


우리나라에서의 삶은 극한 경쟁의 연속이다. 입시전쟁, 성형수술, 명품사재기, 공무원 열풍과 취업 전쟁, 결혼 시장이라는 모든 것이 치열한 경쟁이다. 우리나라의 미용시술·성형수술은 인구 1만 명당 시술 건수로는 131명으로 세계 1위, 이탈리아 116건 2위, 미국 100건 3위이다(2013년 기준)(조선일보, 2014.8.16.). 한국 여성의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았고 서울에 있는 20대 여성의 반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의 외모에 대한 투자는 관상으로 알려진 고대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로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쉬워졌고 실업 위기를 초래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직장을 얻기 위해 성형수술에 투자가 늘어났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성형수술이 많은 이유는 ‘성과’ 중심의 사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는 성형수술이 일탈이 아니라 힘들게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이며 살을 빼고 좋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상적인 행동의 하나라는 주장을 한다. 2018년 스탠퍼드 대학에서까지 이런 연구를 하여 발표한 자료이다.


경시 대회, 명문 대학, 슈퍼 모델, 대기업 임원, 고액 연봉, 슈퍼스타 케이 같은 것에 열광한다. ‘경쟁력’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 대학, 기업, 사회, 국가의 ‘궁극적’ 목표가 되었다. 즉 그것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 경쟁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하고 뛰어나야 한다는 상대적인 경쟁이다. 타인은 나의 경쟁자일 뿐이다. 비교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경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다보니 누구도 믿지 않는 경쟁사회가 되었다. 지나친 생존 경쟁은 모두를 파괴적인 삶으로 몰아넣을 수 있고 사회가 해체될 수도 있다.


엊그저께 U20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8강에 진출했다. 많은 사람이 열광했지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운동선수들은 학교수업에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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