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사람들 - Budapest, Hungary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그들. 그들은 연필과 붓으로 세계의 아름다움을 채집한다. 인파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들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과정의 어려움 혹은 결과물의 위대함 또한 그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항상 그 너머를 나에게 보여준다.
각 개인이 전문 화가이든, 지난달에 그림을 시작한 연습생이든 상관없다. 그들의 눈에는 공통적으로 순수가 묻어있다. 어린아이와 같은 무지의 순진함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는 순수 말이다. 일상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 삶 속에 군더더기가 어찌나 많은가. 사소한 고민과 걱정부터 시작해서, 갖고 싶고,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사로잡는다. 상품의 과장된 매력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욕망마저 한껏 부풀려 본래의 용도조차 직시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외에도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부터가 난관인 거짓 정보들도 많다.
내가 만난 도시의 화가들은 순수로 그것들을 불태워버린다. 그리는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과 나만 남는다. 어쩌면 스스로를 불살라 잊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 그렇게 머물러 아름다움과 하나가 된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그들은 빛이 들어치는 창문이다. 그 빛에 색을 입혀 작품으로 빚어내는 창조주다. 그래서 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화가들이 반갑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자극, 동기가 가슴에 심어진 것이 느껴진다.
사실은 부다페스트를 비롯한 어느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가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음악이건, 행위 예술이건, 사진이건, 혹은 불 앞에서의 요리나 커피를 내리는 작업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작업마저 까맣게 잊는다. 그저 순간과 하나가 되어 아름다움을 시현한다. 어쩌면 예술가 또한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예술이 아니라 현실적이라 믿는 일상의 작업들 속에서도 그들이 이해한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적시는 이들이 있다.
나도 그들처럼 아름다움을 소화해서, 세상에 노래하고 싶다. 유럽의 도시, 그 안의 멋들어진 성당이 아니어도 좋다. 눈길을 빼앗지 않는 것에 사랑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 이야기를 엮어 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성당 맞은편에 쪼그려 앉아있던 소녀처럼 묵묵한 연습이 필요한 일이겠지. 외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고요. 윤슬로 빛나는 푸른 바다 위에서 고기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어부처럼, 나도 고요 속에서 아름다움을 읽고 담는 어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