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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12. 2022

우리 마음의 색깔

지치지 않고 변하기에 아름다운

   마음 빛은 그 자리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 빛깔을 보고 있는 순간은 그것이 평생 지속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바뀌어진 심상에 놀라기도 한다. 내 마음 바깥, 그리고 머리 위의 하늘처럼 시시각각 다른 모습과 색을 보인다. 카페 창가에 앉아 눈에 담던 연한 푸른색이 어느덧 변하는 것처럼. 다만 그 변화를 여느 날 명확히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 모습이 맑건, 흐리건, 밝건, 어둡건, 그리고 고요하든지, 소용돌이치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잠시 내 마음과 하늘을 탓할 수는 있겠다. 들뜬 마음으로 계획한 여행 첫날에 비가 와서 비행기가 지연된다든지, 문득 슬픔이 차오른 마음을 달래기가 어렵다든지. 하지만 그것들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았을 때 작년 6월 12일 내가 보았던 하늘이나 겪었던 마음 따위는 쉽사리 잊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하늘빛을 보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


   어느 해 질 녘, 모래사장으로 꾸며진 해변을 걸으며 하늘을 보았다. 한 번도 눈에 담아본 적 없었던 핑크빛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핑크색 하늘이라는 것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새로운 빛깔을 하나 더 배운다.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어린 시절 분노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맹렬한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낯선 빛깔에 놀란 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반대로 첫사랑이나 운명의 만남 같은 사건으로 눈을 떼기 어렵도록 아름다운 마음의 색을 보아도 이를 쉽게 가누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Waves / 2022.06.12 ©

   그렇게 바다를 예쁜 접시 삼아 보았던 핑크빛 하늘은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길어봐야 24분의 하루가 되지 않는 짧은 만남. 그 아름다운 하늘이 금세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의 그림자로 어둡게 젖어도, 어느 날은 무겁고 위압적인 구름에 가려버려도, 그 또한 변하리라는 것을 안다. 이 행성은 또 뻔뻔하게 한 바퀴를 돌아 푸른 하늘을 보여줄 것이고, 구름은 자기 몸을 이기지 못해 땅으로 바다로 스러질 것이다.


   그래서 하늘을 탓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빛을 탓하는 것도, 구름을 탓하는 것도 그렇다. 왜 분홍빛이지 않냐고 물어도 그들은 답이 없다. 왜 지금 비를 내리냐 물어도 그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할 뿐이다. 우리 마음도 그렇다. 그런 마음의 빛깔을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이 응당 해야 할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것에 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일 뿐. 길고 짧은 파동이 빚어내는 퍼레이드. 공짜 표를 손에 꼭 쥐고 감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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