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우버 기사

3 부업이 본업이 되지 않게

by 빛나림 Narim BRIGHT

딸아이 등하교 운전이 필요 없는 방학 기간.

시어머니가 희원이를 돌봐주시는 동안 평소 잘 나가지 않던 바쁜 출근 시간에 우버를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앱을 켜자마자 호출이 들어왔다. 주행시간 약 35분.

아마도 시티로 가는 듯 했다.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를 확인하니 역시나 시티였다.

기분좋게 인사를 하고 우버 지도를 따라 목적지를 향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집 근처였기에 승객을 태운 구간은 내가 잘 아는 길이었다.

'아.... 제일 가까운 전용도로 입구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아쉬운 마음은 연달아 실수를 일으켰다.

뒤늦게 다음 전용도로 입구로 진입하려는 순간 우회전 구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입구를 지나쳐버렸어요."

"다시 유턴해서 들어가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막힌 차들을 비집고 멀지 않은 곳에서 유턴을 하고 전용 도로로 들어섰다.

그 뒤로 아무 문제 없이 지도를 따라 목적지로 운전해 나갔지만 출근 시간이라 정체구간이 종종 나타났다.

뒷자리의 승객은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하지만 막히 차들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렇게 35분이었던 예상 주행 시간은 한 시간이 되었다.

9시 5분 정도 되어 목적지에 도달했고 그녀는 짧게 인사를 건네고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리고 난 다음 호출 손님을 향해 갔다.


그렇게 번화가 주변에서 두명의 승객을 더 태우고 난 뒤, 잠깐의 짬이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평점을 확인해보았다.

"아......."

누군가 별점 1점을 준 것이었다.

그녀가 분명했다.


'나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했겠지. 근데 출근 시간에는 시티까지 빨리가도 그 정도 걸리는데. 그래도 내가 전용도로로 진입을 좀 빨리 했다면 늦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 내 잘못이야... 그래도 별 하나는 좀 너무하지 않나? 차가 막히는 걸 어쩌라고.'

억울하고 화가났고 또 미안했다.

'그래.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럼 된거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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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편한 마음을 쉽사리 내려놓는 성격의 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계속 생각났다.

나는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여러가지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의 실수로 더 먼 길을 돌아갔음에도 개의치 않고 별점 5점을 준 승객들도 있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전에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 손님도 있었다.

그래, 이유없이 나를 용서한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이번 승객은 회사에 지각을 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그런데 그렇게 상황을 돌아보고 나니 이 직업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다.

'이런 내가 운전을 업으로 삼아도 되는 걸까.'

특히나 시티는 길도 복잡하고 사람도 차도 정말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구역인데도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경우가 잦았다.

'낮은 별점보다 높은 별점이 더 많잖아. 원래 부정적인 것이 더 많이 떠오를 뿐이야.'

실제로 높은 별점이 더 많았음에도 낮은 별점 한 두번에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있었다.

내가 이토록 타인의 평가에 취약한 사람이었다니.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할까.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특히나 이처럼 마음속 머릿속에서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 일들은 일어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 엉킨 실뭉치 같은 내면을 풀어낼 답을 찾으라는 삶의 미션으로 받아들인다.

이제껏 그렇게 나를 단련해왔고, 그에 대한 댓가로 마음의 평화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왔기에.

그렇다면 이번 과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래. 나는 글쓰는 우버 기사지 우버 기사가 글쓰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본업과 부업의 우선순위 구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우버 영업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작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직 돈이 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글을 먼저 쓰고 우버를 하자했던 나의 다짐은

당장 나의 통장 잔고를 채워주고 있는 부업에 눈이 멀어 점점 뒷전이 되어가고 있던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은 우버를 끝내고 하기 어려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라는 미션을 풀고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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